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 엔진 제작업체 STX중공업 인수 발표 1년 만에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선박용 엔진시장 1·3위 기업간 결합으로 2위 한화엔진과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선박-선박용 엔진-엔진 부품 등 조선업 전반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HD현대가 선박용 엔진-엔진 부품 사업자 STX중공업과 자회사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를 인수하는 건이다.
선박용 엔진시장은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STX중공업 등이 경쟁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3위 사업자 STX중공업(점유율 약 10%)를 인수하며 HD현대 측의 시장 점유율은 70~80%로 확대됐다. 엔진 부품 '크랭크샤프트(CS)' 시장 점유율 또한 73%(61% 자가소비)까지 확대해 1위 사업자 자리를 굳혔다. 엔진 부품부터 선박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 결합 조건으로 3년간 △선박용 엔진 부품 '크랭크샤프트' 공급 거절 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금지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특히, 엔진 부품 기업과 선박용 엔진 기업 간 수직결합의 경쟁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결합회사가 경쟁 엔진사인 한화엔진과 STX엔진에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아 엔진을 생산하지 못할 현실적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STX중공업이 HD현대중공업의 계열회사로 편입되고, 한화엔진의 엔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수요는 100% 경쟁자인 결합회사쪽으로 전환돼,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원전 주기기 수주 증가로 크랭크샤프트 생산을 증대시킬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KMCS가 결합 후 한화엔진 등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하더라도 불리한 가격이나 납기로 공급하게 될 경우, 경쟁 엔진사의 엔진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결합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