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육성에 속도를 낸다. 실현이 어려운 AI 기술 대신 소형언어모델(sLLM)·AI 반도체 등 최근 주목 받으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에 지원을 집중한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은 전체 스타트업 중 62.8%(1524개)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AI 서비스·AI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문제는 제한적인 성장세다. CB인사이츠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4월 기준)에서 국내 스타트업은 1곳 뿐이고, 유니콘은 부재한 상황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AI 생태계는 기술 개발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AI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 사업화 비율 등 상용화 부문과 인력 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기술력이 실제 사업화로 이어져 실적을 얻는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기부는 새로운 육성 정책으로 정체된 AI 스타트업 활성화에 기폭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기술력은 있으나,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투자금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 부분으로 육성 정책을 새롭게 재편한다.
차세대 AI 스타트업 육성 기술로 sLLM과 AI 팹리스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sLLM을 선택한 것은 시장성이다. 매개변수 규모가 작아 LLM 대비 정확성이 높고, 비용은 저렴해 다양한 산업에 특화할 수 있으며,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sLLM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시장조사업체 벨류에이츠에 따르면 sLLM 시장 규모는 2022년 51억8000만달러에서 2029년 171억8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미국, 영국 등 해외 스타트업들이 sLLM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국내 이동통신 3사가 sLLM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신규 sLLM인 'HCX-대시'를 출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이지가 sLLM을 서비스하는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인이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다변수 데이터 기반 예측 기술 및 설명가능 AI 독자 기술로 제조업 공정을 최적화하고, 예측·제어 기반 최적화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AI 솔루션 '인피니트 옵티멀 시리즈'를 출시했다. 국내 철강, 시멘트, 정유, 화학, 발전, 유리 제조 등 주요 제조기업 공정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기부는 성장하는 AI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AI 팹리스 스타트업 지원도 집중한다. AI 확산에 따라 대용량·대규모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반도체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428억달러(한화 57조1600억원) 내외이며, 2027년까지 1194억달러(약 155조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은 10여개다. 데이터센터 분야는 사업화 단계에 돌입했으며, 주로 스타트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보스반도체도 그중 하나다. 보스반도체는 자율주행 및 고성능 컴퓨팅(HPC)을 위한 자동차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AI 팹리스다. 2022년 5월에 설립돼 3년 차에 들어선 초기 스타트업으로 아직 몸집은 작지만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스반도체는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창업 초기에 현대자동차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고, 지난달 기준 누적 투자유치는 25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에는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전설적 인물인 짐 켈러 CEO가 이끄는 캐나다 AI 기업 텐스토렌트와 자동차 반도체 개발 협력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제품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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