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4~25일로 확정된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야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장악과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여야 프레임이 격돌하고 있다.
이른바 '식물 방통위'가 지속되며 방송통신 이용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국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점휴업 상태인 방통위가 방송통신 규제 기구로서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 정책·전문성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례적 1박2일 청문회…진흙탕 예고
청문회 쟁점으로는 이 후보자가 MBC에서 임원으로 재직했던 시절 노조와의 갈등, 퇴직 후 정치적 행보와 발언,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제기된 신상 관련 이슈,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방통위 현안과 2인 체제 논란 등이 꼽힌다.
야당은 10년 전 MBC 사장에 출마하면서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상위 노조 탈퇴 요구와 노조 전임자 축소 등을 기재, 노조 탄압을 추진 등 정치적 편향성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 신상으로는 자녀 강남 8학군 위장전입 의혹 및 해외 특파원 시절 난폭운전 유죄 판결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뿐만 아니라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 체제에서 이뤄진 방통위 모든 의결 사항과 위법성 여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자는 22일 과방위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시급한 현안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건을 꼽으면서 현재 방통위가 국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진행해온 데 대해서도 “법원이 2인 체제에서의 결정이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YTN 최대 주주 변경 의결과 관련해서도 “위원회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답하며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2인체제 방통위 정당성도 쟁점
야권에서는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의결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아 곧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여권은 방통위 설치법상 재적 위원 과반으로 이뤄진 의결이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부적절성과 위법성 사이에서 여야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방통위 설치법은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면 방통위원 2명이 돼 방문진 이사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이 후보자 주도로 MBC 사장을 교체할 수 있다. 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지만, 탄핵 발의 후 통과까지 진행되는 사이에 방문진 이사진을 꾸리는 게 가능하다. 야당 입장에서는 청문회에 필사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방통위 업무 차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방통위 과제도 산적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방송·통신 현안 '멈춤'…“방송통신 전문성도 검증해야”
여야의 정쟁 속에 정책과 전문성 검증 논의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방통위는 지난해 미디어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규제하는 통합미디어법을 제정한다고 약속한 바 있고 유료방송 업계 숙원인 콘텐츠사용료 대가산정 제도 개선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관련 과징금 부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요금 인상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대통령실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방통위를 정상화 시킨 후 거버넌스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운용체계(OS)와 보안업체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충돌로 야기된 '정보기술(IT) 대란'에도 정부의 이용자 보호 정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쟁에 휘말리면서 주요 업무인 이용자 보호가 후순위로 밀린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장관 후보자와 부처 차원의 견해를 질의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정책 검증의 자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적으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현안 해결보다도 정국 주도권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라는 방통위 설립 목적에 맞게 후보자의 정치적인 입장 못지 않게 전문성을 봐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방송과 통신은 자체로도 큰 산업이며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
방송통신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K정보통신기술(ICT) 미래가 여야 어느 쪽이 정권 잡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방송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금 정치는 없고 정쟁만 남은 가운데, 방송·통신 현안 해결을 못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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