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찾아오는 기업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진짜 힘든 기업은 너무 바빠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정신도 없어요.”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지원 담당 실무자는 최근 몇 년간 현장에서 느낀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 상반기 파산 신청 기업 수가 1000곳에 육박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건수는 987건에 달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 5개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한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대외환경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서 오는 충격은 말할 것도 없고 내수 소비심리는 도무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파산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부채라는 눈덩이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중소기업 부채 비율은 114.3%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파도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자금난 심화에도 기업이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데 정부 정책자금의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정책자금 사각지대에 놓인 대다수 중소기업은 결국 자금을 은행권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정책자금의 영향력이 한계 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실효성 문제다. 복잡한 이용절차에 비해 자금 규모 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도 일각에서는 정부의 살포식 지원이 기업 경쟁력을 악화한다는 쓴소리를 내놓는다. 기업지원을 마치 복지 포퓰리즘에 비교하는 식이다.
기업지원의 묘미를 살릴 시점이다. 정부는 정책자금 수혈이 필요한 기업에 적정한 규모로 적기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불필요한 요식행위를 간소화하고 산업계 자금 수요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때다. 간절하지 않은 기업은 없다. 대다수 기업은 그 간절함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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