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탑재 전자제품이 급증하지만 이들 제품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니켈, 코발트 등 고부가가치 광물 자원 수만톤이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제품 전 품목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포함시켜 광물 자원을 재활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8일 E-순환거버넌스 통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내장 폐전자제품 중 노트북, 무선청소기 등 15개 품목은 EPR 대상에 포함된 반면 드론, 전동킥보드 등 최소 40개 이상 품목이 누락됐다. 이로 인해 직접 회수 재활용에 큰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EPR 대상 15개 품목에선 연간 약 10만대 이상의 이차전지가 내장된 폐전자제품을 직접 회수, 재활용한 전지만해도 1만톤을 상회한다. EPR 대상이 아닌 40여개 전자제품 품목을 추가하면 재활용 폐전지는 연간 수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EPR에 등록된 15개 품목은 재활용 과정에서 니켈, 코발트 등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EPR 비대상 품목은 재활용이 되지 않거나 재활용하더라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가자원을 얼마나 회수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차전지 내장 폐전자제품은 회수·보관, 처리과정에서 화재·폭발 등 사고 우려도 있다. EPR 등록 품목은 이차전지 전용 회수장치를 이용해 수집부터 운반·보관까지 회수물류시스템에서 안전하게 관리한다. 화재 시 소화시스템을 가동해 조기에 진압이 가능하다. 반면 미등록 품목은 계속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은 배터리 재활용 정책을 강화하며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작년 8월 '배터리법'을 발효하며 2031년부터 코발트 16%, 납 85%, 리튬·니켈 6% 이상 배터리 재활용원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EU는 전기·전자제품 전 품목을 유해물질제한지침(RoHS),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냉장고, 청소기 등 50종에만 환경성보장제(EcoAS)를 적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스쿠터 등 배터리가 내장된 기타 전기·전자제품 제조·수입업자에게 별도의 회수·재활용 의무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보조배터리 등 이차전지 사용 전자제품이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전자제품 전 품목을 EPR에 포함시키고, 고품위 니켈·코발트·구리 등 유가물을 추출할 수 있도록 단계별 전문 재활용업체를 발굴·육성해 '배터리 리사이클 벨류체인'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은 “최근 무선기술이 발전하며 드론, 전동킥보드 등 이차전지를 내장한 다양한 전자제품이 출시되고 컴퓨터, 청소기 등 기존 전자제품의 무선화에도 배터리가 사용된다”면서 “사용후배터리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회수·자원순환을 위해 EPR 적용 대상을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전자전기제품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에 자원순환에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국제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