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29일 긴급 대책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티몬·위메프로부터 끝내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할 경우, 판매자 자금 흐름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정산 금액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구영배 대표와 큐텐 그룹의 자금 조달 계획이다. 구 대표는 지분을 담보로 한 펀딩,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인 만큼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 셀러 줄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차 TF 회의를 개최하고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 방안'을 내놨다. 대책은 골자는 소비자에 대한 신속한 환불 처리를 지원하는 한편 판매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중소 셀러에게 경영안정자금 대출, 세금 납부 기한 연장 등을 지원하는 것 등이다.
소비자 피해 보상은 조금씩 진전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여행업계·신용카드·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등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원활한 환불 처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소비자원·금감원 등 민원접수 창구도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티몬·위메프 또한 소비자 피해 해결에 우선 대응 중이다. 자체 집계한 소비자 피해 규모는 약 500억원 안팎이다.
문제는 판매자다. 정부가 파악한 판매자 정산 지연 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약 2134억원이다. 티몬은 약 1280억원, 위메프는 약 854억원이다. 하지만 오는 9월까지 정산 주기가 도래하는 6~7월 판매 대금을 포함하면 미정산금은 더욱 늘어난다. 티몬·위메프의 월 평균 거래액 합산이 1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정산금은 조 단위로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이는 갚아야 할 돈이다.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으로 당장의 경영 안정은 도움이 되겠지만 구멍 난 자금 흐름까지 메우기는 어렵다. 여행·가구·식품 등 여러 업체들은 이미 티몬·위메프로부터 수십억대 미수금이 발생했다. 판매 대금으로 상품을 미리 사입하는 중소 셀러들은 줄도산 위기에 놓여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구영배 대표와 큐텐 그룹의 자금 조달이 관건이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 티몬·위메프·큐텐은 셀러·파트너사 상당수가 빠져나가 자구적인 해결책 마련이 불가능하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신임 대표를 앉히고 이번 사태에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태다.
구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담보 대출 등 외부 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추락한 신뢰도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가 사태 수습을 위해 내놓겠다는 큐텐 지분 역시 사태 이전에 비해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룹 전반의 자금 상황도 여의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 계열사 4곳(티몬·위메프·큐텐·큐익스프레스)의 영업 활동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은 약 2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2월 약 2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e커머스 계열사 위시 또한 최근 몇 년 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큐텐이 금융당국에 밝힌 위시 조달 자금은 약 7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가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중소 셀러는 선정산 등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중소 셀러의 줄도산은 금융권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 e커머스 업계 또한 플랫폼 기반을 이루는 셀러 기반이 얇아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큐텐의 자구책 마련과는 별개로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는 e커머스를 넘어 중소기업과 금융권까지 포괄하는 문제이며 국경이 사라진 현 커머스 시장의 주도권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해결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