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간 스포츠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스포츠가 '킬러 콘텐츠'로 부상한 데다 새로운 지식재산(IP)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OTT, 스포츠 콘텐츠 확보 경쟁
29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6월 이용자 수는 739만9000명으로 작년 12월(583만명)보다 27% 증가했다. 티빙이 3월부터 한국프로야구(KBO) 중계를 단독 도입한 것에 따른 파급효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포츠는 검증된 콘텐츠로 팬덤을 기반으로 타깃 시청층을 구성할 수 있어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 in) 효과'로 이어진다. 광고조사업체 메조미디어 '2024 OTT 업종 분석 리포트'를 보면 OTT 이용자 2명 중 1명(53%)은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OTT 구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넷플릭스, 애플TV, 아마존 등 글로벌 OTT도 자국에선 스포츠 중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에선 스포츠 대신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하고 있다. 토종 OTT가 이 틈을 타 신시장을 공략하는 셈이다.
티빙을 통해 KBO 뉴미디어 중계를 독점한 CJ ENM은 한국프로농구(KBL) 중계권도 따냈다. 쿠팡플레이 역시 2025년까지 K리그 전경기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배구를 제외한 한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를 OTT에서 시청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국내 스포츠 종목도 OTT를 통해 관심이 환기된다. LG유플러스 '스포키'는 올해 초 한국핸드볼연맹과 협력해 H리그 중계를 시작했다.
상당한 잠재 고객을 보유한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AI 스포츠' 시장에 진출했다. 'AI 스포츠'는 AI 기반 무인 솔루션 도입이 가능하다. 학생 스포츠, 교육기관, 동호회 등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에 획기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제공할 수 있다.
◇K스포츠, 새로운 IP로 부상
OTT 사업자들이 스포츠 관련 오리지널 콘텐츠와 해당 종목 중계권 확보를 통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며 스포츠가 K콘텐츠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따른 이용자 수 추이 분석' 보고서에서 “해당 스포츠 경기와 관련한 부가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의 주요 전략으로 나타난다”며 “해당 경기 IP를 보유한 OTT 사업자는 부가 콘텐츠 생산 및 제공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OTT는 단순 중계를 넘어 중계권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티빙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나 쿠팡플레이 '국대: 로드 투 카타르', 왓챠 '클럽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도 '아워게임'을 제작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K푸드·K뷰티 등이 K콘텐츠와 동반상승했던 것처럼 스포츠강국인 우리나라의 문화적 상징자본인 스포츠 콘텐츠도 당연히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영역인 OTT 시장에서 미국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만큼, K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생길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