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 택시 보급 정책이 후진하고 있다.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전기 택시 구매 보조금 소진율은 평균 20%대에 그쳤다. 소진율은 지난 해의 절반 수준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 택시는 없어 못 파는 귀한 존재였다. 2022년 9월을 전후해 구매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자,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특별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칠 정도였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대두된 지난 해부터 전기 택시는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내연기관 택시보다 비싼 가격과 해마다 줄어드는 보조금,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수요 감소 요인으로 손꼽힌다.
전기차 급발진과 화재, 충전비 인상 등과 부정적 이슈가 잇따르는 것도 악재다.
택시 기사들과 탑승자들 사이에선 전기차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택시 시장을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려던 완성차 업체들도 단종했던 액화석유가스(LPG) 택시를 재출시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물론 경제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운수업 특성상 택시 업계에 전기차 구매와 운행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택시의 연간 주행거리가 10만㎞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일반 승용차의 5~6배에 달해 전기차 전환 시 배출가스 저감 등 친환경 효과가 월등하다.
전기차 캐즘을 돌파하기 위해 택시에 한정해서라도 줄어든 보조금을 다시 증액하고, 충전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등 확실한 경제성 우위를 확보해 줄 것을 제안한다.
완성차 업체도 옵션을 과감히 제거하고 몸값을 확 낮춘 택시 전용 모델을 개발해 주길 기대한다. 국내외 택시 시장에서 전기차의 상품성을 인정받는다면 내구성과 안전성을 한 번에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