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방송 정쟁에 밀려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여야 모두 단통법 폐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주무부처 인선과 방송법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으로 후순위로 미뤄진 상태다. 연내 국회 통과가 불발될 경우 일선 판매점과 소비자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단통법 폐지 관련 법안은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률안 1건뿐이다. 해당 법안은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단통법을 폐지하고 선택약정 제도 등 기존 이용자 혜택 규정은 전기통신사업법에 통합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6일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다만 야당은 아직 단통법 폐지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법안 발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방송4법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 다른 정쟁 법안으로 인해 논의가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민주당에서는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훈기 의원, 한민수 의원이 각각 단통법 폐지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훈기 의원실은 내달 22일 단통법 폐지 및 가계통신비 인하 관련 국회 토론회를 열어 주무부처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빨라도 9월은 돼야 법안 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단통법 폐지라는 큰 틀에서는 의견 합치를 이뤘지만 각론상 이견차가 여전한 만큼 절충안 도출을 위한 병합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야당은 아직 구체적 법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단말기 가격 인하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단말 판매와 통신서비스 분리가 이뤄져야 통신비 인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분적 완전자급제를 법안에 포함시킬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발의한 단통법 폐지안도 지원금 부당 차별 금지 조항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방통위 식물화가 길어질 경우 연내 처리도 장담할 수 없다.
단통법 폐지 논의가 방송 정쟁으로 인해 후순위로 밀린 사이 단통법은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단통법 사문화를 틈타 일선 판매점에서는 불법보조금이 활개를 치고 있다. 갤럭시Z폴드6 경우 휴대폰 집단상가를 중심으로 70만원 상당의 지원금이 살포됐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연내 폐지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하나의 법안으로 여러 정책 목표 달성을 꾀하다보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면서 “단말가격 인하라는 단일한 정책 목표에 초점을 맞춰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