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슘페터는 1911년 '경제발전의 이론', 1942년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말했다. 자본주의는 자원을 불완전, 불균등하게 활용하기 때문에 시장 왜곡, 빈부 갈등 등 문제를 야기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모두에게 풍요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비단양말을 왕과 귀족만 아니라 하층민도 구입해 신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기업가를 등장시킨다. 그들은 시장에서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려는 꿈과 의지'를 가졌다. 창조 의지, 성공 욕구, 이윤 극대화 등 동기에 따라 파괴와 창조를 거듭한다. 신상품 개발과 그에 맞는 원료 도입, 생산 방법, 판로 개척, 독점 실현을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창조는 과거 지식, 기술, 상품을 쓸모없게 만드는 파괴를 통해 이뤄진다. 미국 중서부 철도사업은 일리노이 중앙역에서 시작했는데 철도역 주변 농업을 빠르게 파괴해 도시로 만들고 새로운 운송, 유통, 물류를 창조했다. 마차를 연결한다고 기차가 되지 않는다. 증기기관을 만드는 것은 발명가의 일이지만 기차와 철로로 연결해 산업과 시장을 만드는 것은 기업가다. 어느 기업이 창조적 파괴를 거듭하고 독점을 추구하면 경쟁기업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창조적 파괴에 나선다. 슘페터 혁신은 기업중심의 경제 세계를 만들었다.
슘페터 혁신은 영원할까. 쉽지 않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다. 국민 지지율에 목매는 정치권이 싫어한다. 법령은 현재를 뒷받침하기에 미래를 보호하기 어렵다. 권리의무, 책임에 관해 촘촘하게 설계된 법령과 규제는 파괴돼야할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보호한다. 산업화시대엔 지도자 말 한마디로 도로가 건설되고 산업이 육성되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법제도와 관행을 파괴하기 쉽지 않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원칙으로 하기에 중앙통제시스템에 이해관계를 가진 기득권을 이길 수 없다. 암호화폐는 등락폭이 크고 투기를 야기하므로 기존 통화체계를 파괴하기 어렵다. 모빌리티는 기존 택시산업 보호 문제로 혼란을 겪었다. 혁신 성과는 없고 혁신 피로감만 높아진다.
창조적 파괴에 다툼이 많은 이유는 뭘까. 현대 혁신은 지속적이지만 점진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과거 혁신은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라이트형제의 비행기, 헨리 포드의 자동차,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전화가 그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므로 충돌할 기존 가치가 없었다. 현대엔 그런 것이 없다. 자율주행, 전기차는 자동차를 벗어나지 못하고 스마트폰은 전화와 인터넷의 확장에 그친다. 차량공유는 차량 이용방법 개선에 불과하고 플랫폼은 온라인 거래방식 개선이다. 인공지능(AI)은 연산과 기억 등 정보처리시스템 개선에 불과하다. 아직은 그렇다. 경쟁우위를 위해 미래기술을 앞당겨 개발했지만 상상불허의 신산업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득권 저항도 거세다. 이해관계를 가진 반대세력의 공격도 거침없다.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 설득은 더욱 어렵다. 정치가 개입되면 상황을 악화시킨다.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영역은 없을까. 있다. 스스로를 파괴하고 창조하는 '자기 혁신'은 가능하다. 반발이 크지 않다. 과거 혁신으로 성공경험을 가진 기업은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충실하면서 작은 개선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새로운 혁신기업에 시장을 빼앗긴다. 큰 기업일수록 경제적 약자가 아니기에 자기 파괴에 대한 비난이 적다. 반발이 큰 근로자 혁신보다 의사결정권을 지닌 경영진 혁신에 중점을 둬야 성공가능성이 높다.
창조적 파괴는 갈수록 쉽지 않다. 경기침체기엔 갈등과 분쟁을 높인다. 창의력만 있으면 누구나 플랫폼, AI 등 기술의 도움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혁신을 기업가에게만 맡길 수 없다. 파괴를 줄이되 함께 하는 작은 혁신이 많아야 한다. 일반생활자 모두 혁신주체가 되고 혁신과 성과의 다양성이 높아져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미래가 밝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