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리기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와 견줘 얇고 미세 회로를 구현하기 유리하다는 특성 덕분에 반도체 업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응이 빠르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반도체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구축 중이다. 일부 시제품 생산도 시작했다. 삼성전기도 올해 초 시장에 진입, 내년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LG이노텍도 참전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진출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도 가열되고 있다. 투자 업계 역시 관심이 뜨거워져 관련 장비를 개발하거나 납품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널뛰기도 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돈이 몰리는 곳'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같은 열기는 유리기판이 당장 세상을 바꿀 것이란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현장의 전문가들은 조금 다르게 본다.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와 빅테크가 아직 관망세라는 것도 이유나 해결해야 할 기술 과제도 많은 탓이다.
유리 가공 시 발생하는 미세 균열과 이물(파티클)이 대표적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에 빨라야 2028년 이후에나 시장이 개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인텔이 유리기판 양산 시점을 2030년 쯤으로 잡거나 반도체 기판 강자인 일본이 R&D에 집중하며, 기술력 확보를 우선 시 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속도전은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순 있지만, 자칫 제품 경쟁 우위를 놓쳐셔는 안된다. 기술 발전과 투자가 궤를 같이하지 못하면 시장이 왜곡되기 쉽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이다. 연착륙하려면 부단한 기술 개발을 통한 품질 개선밖에 답이 없다. 유리기판이 적용될 AI 반도체는 워낙 고가인 만큼 품질에 대한 고객의 눈높이가 높다. 당장의 성과를 위한 안정적 기술 확보가 우선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