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20km 지하에 '바다' 있다…"행성 뒤덮을 양"

액체 상태 물 발견에 '생명체' 가능성도

40억년 전 화성의 바다를 그린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ESO
40억년 전 화성의 바다를 그린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ESO

'붉은 행성' 화성의 지표면 아래, 행성 전체를 수심 1~2km의 바다로 만들만큼 많은 양의 지하수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의 바산 라이트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하 '나사')의 화석 탐사선 '인사이트'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최근 게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수집한 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이 있는 부분을 시각화한 자료. 사진=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미 항공우주국(NASA)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수집한 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이 있는 부분을 시각화한 자료. 사진=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논문에 따르면 인사이트가 수집한 화성 지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1.5~20km 깊이의 다공성 암석층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다는 전례 없는 정보가 확인됐다.

지진 데이터가 수집된 지점에서 확인된 액체 상태의 물이 행성 전체에 퍼져 있다면, 약 30억 년 전 사라진 화성의 고대 바다보다 풍부한 양일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팀은 “화성 표면 전체를 수심 1~2km로 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표현했다.

화성탐사선 '인사이트'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JPL-칼텍
화성탐사선 '인사이트'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JPL-칼텍

화성은 30억년 전 행성 전체가 바다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행성이다. 대기가 얇아지면서 표면의 물이 말라버려 현재의 건조하고 먼지가 날리는 행성이 됐는데, 고대 바다에 있던 물들이 균열 사이로 흘러 들어가 지하수가 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측했다.

물은 생명체의 필수 요소다. 때문이 물은 과학자들이 생명체 존재 가능성 혹은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판가름할 때 언급된다. 과학자들은 화성 극지방에 있는 얼음을 제외한 '액체 상태'의 물을 찾아왔는데,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것이다.

나사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는 2018년 발사돼 같은 해 11월부터 작동을 시작했다. 이동형이 아닌 고정식 탐사선(랜더)으로 화성 적도 근처 엘리시움 평원에서 2022년까지 지진 데이터를 기록했다.

화성에 지진계를 배치하는 모습.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JPL-칼텍
화성에 지진계를 배치하는 모습.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JPL-칼텍

화성 지진은 지각판이 이동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부딪혀 발생하는 지구의 지진과는 다르다. 하나의 거대한 판인 화성에는 활발한 지각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균열이 생기고 지각판이 나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인사이트의 지진계는 탐사 기간 동안 약 1300개 이상의 화성 지진을 감지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암석 물리학 수학 모델에 입력했고, 액체상태의 물로 가득 채워진 화성암 또는 화산암 층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화성 탐사선이 이를 시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도 단 1km 깊이의 구멍을 뚫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와 인프라를 투입해야 하는데, 화성에서 최소 11km 지하로 파고들어간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결과가 화성의 물의 순환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화성 기후와 표면, 내부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라이트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이번 발견에 대해 화성 지하의 물이 우리가 아는 '물' 형태가 아닌, '진흙'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코넬대학교 천문학과의 행성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인 알베르토 페어렌 교수는 “고립된 호수의 형태가 아닌, 액체 물로 포함된 퇴적물 또는 대수층(帶水層)일 수 있다”면서 “화성 표면 아래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생명의 기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주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