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대적인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능력(CAPA) 확대에 뛰어들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구현할 핵심 경쟁력으로 첨단 패키징이 급부상했지만, 자국 내 생산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박승배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뉴욕주 전자패키징연구소장)는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KMEPS) 주최로 21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년 첨단 패키징 기술미래 포럼'에서 “미국 상무부는 최근 첨단 반도체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첨단 패키징 관련 '파일럿 라인(시제품 생산)'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첨단 패키징 육성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편성했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박 교수의 평가다.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첨단 패키징을 빼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박 교수는 특히 미국이 반도체 기판(서브스트레이트)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판은 첨단 패키지를 구현하는 필수 요소다. 최근 AI 반도체가 급부상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는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이 전무하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유니마이크론, 이비덴, 삼성전기, 난야PCB, 신코, 심텍 등 대만·일본·한국의 상위 6개 기판 업체가 세계 시장 68%를 장악하고 있는데, 미국은 상위권 기판 업체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며 “아시아에 있는 기판 생산능력을 자국 내로 옮기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는 지난해 설립된 미 상무부 산하 국립반도체기술센터(NCTC) 주도로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2월 반도체지원법 자금 지원을 발표한 국가첨단패키징제조프로그램(NAPMP)를 통해 육성 전략을 구체화 및 고도화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 및 해외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 육성 정책에 대응해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수립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관련 전문 인력 수급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패키징 관련 기업·기관·대학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강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은 “반도체 패키징 전쟁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 수립과 시장 대응에 포럼이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