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 복잡해지고, 생산량이 늘면서 소비전력 및 용수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탄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패키징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승부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21일 '2024년 첨단 패키징 기술 미래 포럼'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도체 패키징 신소재 적용과 공정 기술 전환이 향후 반도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공정 시간과 횟수, 발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한다”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라 에너지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TSMC 경우 하루 16만톤의 공정 용수를 사용하는데, 이는 올림픽 정식 규격 수영장 60개에 물을 채우는 수준이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또 나노미터(㎛)급 초미세 회로 구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의 경우 소비 전력이 1메가와트(㎿)로,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대비 10배 이상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우 전력 소모가 매우 커, 이를 개선할 첨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한창이다.
정 교수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역시 이종집적과 수직 적층 등 차세대 기술 발전에 맞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에 기여해야한다”며 “대대적인 소재 변화와 공정 기술 전환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액체 에폭시 몰드 컴파운드(EMC)와 광 펄스 공정을 친환경 패키징 전환의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EMC는 반도체 회로를 보호하는 패키징 소재로, 회로 위에 덮은 후 딱딱하게 굳혀 활용한다. 기존에는 입자·시트·펠릿 등 고체 형태를 많이 활용했다. 정 교수는 이를 액체 EMC로 대체하면 저온 공정이 가능해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열 특성 등 패키지 성능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열처리 공정 변화도 요구된다고 정교수는 지적했다. 패키징에서 열 공정은 입출력(I/O)를 담당하는 소재 '솔더볼' 등을 녹여 접착(솔더링)하는데 주로 쓰인다. 이를 위해 열을 직접 방출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하는데, 공정 시간이 길고 전력 소모가 크다. 또 경박단소화하는 패키징 부품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레이저 솔더링 기술도 있지만 레이저 조사 면적이 좁고 장비가 고가라 상용화가 어렵다고 정 교수는 부연했다. 그는 “제온 광원 등을 이용한 광 펄스 공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공정 시간을 줄이고 전력 소모가 적어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및 전자부품 구조 변화에 맞는 저탄소 소재 기술과 공법이 확산돼야 ESG 경영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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