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계획 중인 대다수 전력망 확충 프로젝트가 적기 시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입지 선정 등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역주민·지자체의 반대가 사실상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다.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시설에 대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주요 전력망 확충 사업이 지역주민·지자체 반대 등으로 대다수 지연됐다.
전력 설비 건설은 입지 선정-사업시행계획-실시계획승인-부지매수-개발행위허가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이 과정 모든 단계에서 지역주민·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하남시는 지난 21일 한전이 신청한 동서울변환소 옥내화·증설 사업안을 불허 처분했다. 한전은 7000억원을 들여 2026년 6월까지 동서울변환소를 옥내화하고 여유 부지에 HVDC 변환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올 추가 전기를 받아 수도권 일대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울진에서 시작해 경기 양평까지 200㎞ 넘게 이어지다 두 갈래로 나뉘어 신가평·동서울변환소를 각각 걸쳐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동해지역 발전소의 제약발전 상황을 해소하고 급증하는 수도권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계획됐다. 그러나 하남시의 이번 결정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2012년 6월에 착공하려던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한전은 올해 12월 첫 삽을 뜰 계획이지만 주민 반대 등 변수가 남아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지연 기간은 150개월에 이른다.
당진 화력-신송산·신시흥-신송도 송전선로, 신장성 변환소 신·증설 사업도 계획대로라면 이미 착공했어야 했지만 한전은 공사시기를 모두 2027년 이후로 늦췄다. 이밖에도 신장성-신정읍, 기장-장안T/L 등 다양한 송전망 사업이 지역 반대 및 협조 거부로 지연된 바 있다.
한전에 따르면 345kv 가공선로 기준 지자체 인허가에만 평균 13년이 소요된다. 입지선정위 활동에 협조하지 않거나 주민 열람·공고·설명회 거부, 관계기관 의견 회신 지연 등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반도체 클러스터·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 인프라 신증설이 예정된 상황을 감안하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송·변전 설비 건설 관련 입지 선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라면 지연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인허가 기간 단축,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 설립 근거를 마련했지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철수 한전 전력계통본부 부사장은 지난 23일 하남시 불허 처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좋은 방안은 사회적 갈등 조정 기구와 기능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총리 주재 국가전력망위원회 설립 및 갈등 중재, 조정 등 근거가 특별법에 담긴 만큼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하남시, 동서울변환소 사업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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