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들을 대신해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하고, 사용료를 징수·분배하고,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주체가 소위 집중관리단체다. 저작권의 집중관리가 이뤄짐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고 창작자와 저작물 이용자에게 소요되는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저작물의 이용허락 및 사용료 징수·분배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저작권에 대한 집중관리단체는 복수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 성질상 독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독점시장에서는 완전경쟁시장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됨에 반해 사회에 공급되는 상품의 양은 감소한다. 곧 저작물 이용에 대한 높은 사용료가 부과되는 등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이뤄지게 된다.
한국에서의 사용료 규제는 사용료 금액·요율 등을 정하고 있는 집중관리단체의 징수규정을 정부가 '승인'하는 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결국 저작물 이용에 대한 사용료를 거래 당사자들이 아니라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규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승인제가 시장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해 저작권을 보호해 문화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저작권의 정책목표를 수행하는데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 14위권인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 맞지 않은 낮은 사용료 수준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사용료율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미국의 경우, 음악을 사용하는 라디오 방송에 대해 양대 집중관리단체가가 징수하는 사용료를 합산하면 3% 안팎일 정도로 상당히 높다. 사용료 승인제하에서는 정부에 의한 선제적인 사용료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현재 경제규모에서는 낮은 수준의 사용료에 의해 창작자를 희생시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군다나 사용료 승인제는 헌법상 보장되는 창작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정부에 의한 사용료 승인제는 창작자의 권리를 적시에 보호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수시로 나타나고 사라지며, 저작물의 이용행태도 다각도로 변화하는데, 창작자도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징수규정을 승인하기까지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됨으로써 창작자가 시장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용료는 시장원리에 의하여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협의에 의해 정하는 것이 적합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사용료를 정하고 이를 징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승인제와 유사한 제도를 실시했던 일본도 이를 폐지하고 사용료 결정을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그렇다면 사용료 승인제에 의하지 않으면서 집중관리단체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는 없을까? 물론 가능하다. 미국은 당사자들이 사용료를 협상하고 사용료가 합의되지 않은 때에 법원이 결정하도록 한다. 일본은 이용자 대표에 의한 사용료 협의 요구, 정부에 의한 협의 시작 또는 재개 명령, 당사자에 의한 재정신청 및 정부에 의한 재정 등의 절차에 의한다. 요컨대 시장원리에 의하여 당사자들이 협의해 사용료를 결정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원 등 독립된 제3자에 의해 결정하도록 한다면, 집중관리단체에 의한 일방적인 사용료 부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K팝,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재 문화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자율성이다.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사용료를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창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적시에 보호할 수 있고, 시장상황과 트렌드에 적절한 요금제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건전한 경쟁이 활성화되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등장해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규제들이 많은 갈라파고스 국가라는 외국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보자. 사용료 승인제라는 낡은 옷을 벗어버릴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t-law@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