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전국이 '특구천지'다. 특구를 비롯해 도시·단지·지구·특화단지·벨트·클러스터·파크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관광특구·기업도시·혁신도시·첨단의료복합단지·문화산업진흥지구 등 알려진 특구도 많지만 농촌융복합산업지구·무인이동체종합실증단지·석재산업진흥지구·환경산업연구단지 등 이름이 생소한 특구도 부지기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료를 보면 2022년 9월 기준 전국에 909곳의 특구가 지정·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43개 시·군·구 1곳 당 4.1개의 특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1·2차 교육발전특구 56개와 1차 기회발전특구 8개에 이어 조만간 2차 기회발전특구 발표도 예정돼 있어 이를 모두 합치면 1000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구는 자립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특구에는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등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특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에 경제 관련 특구를 만들어 놓아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부처가 서로 경쟁이나 하듯 특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구의 특별한 혜택을 내세워 생사 위기에 놓인 지자체와 지방대학을 줄세우기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생활 인프라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도심과는 동떨어진 곳에 특구를 지정해 기업들의 집적도가 낮아지고 산업 경쟁력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 역효과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구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사한 특구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혜택을 적용하는 특구가 난립하다 보니 특구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특별함은 희소성에서 나온다'는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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