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를 포함한 각종 경제 지표는 암울하지만 우리나라 수출만큼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한 57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월 역대 최고 수출액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의 수출 호조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흐름은 11개월째 이어졌고, 무역수지 흑자도 1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호조는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39% 늘어난 119억달러로 10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는 올해 들어 월별 수출 증가율이 70%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또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수출 증가율도 각각 183%, 50%를 기록하는 등 ICT 산업의 수출 기여도가 두드러진다.
다른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 수출은 유독 돋보인다.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상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다.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빈 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수출 호조의 낙수효과가 내수와 중소기업 등 연관 산업으로 잘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매출 600대 기업의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2.9에 불과했다. 이는 전월 대비 4.2포인트 하락한 수치여서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제조업보다 비제조업 BSI가 더 낮아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 부진이 심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9월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경영상 애로 사항은 경기 부진(62%)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인건비 상승(45%), 과당경쟁(28%), 원자재 가격 상승(26%)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수출 호조 흐름이 국내 경기 및 내수 회복 등의 낙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역대 최대 수출 기록도 중요하지만, 내수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는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다. 또 국내 산업 기반이 부실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2일부터 이어질 22대 첫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에서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심도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