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충분한 데이터 수용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 인프라를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유인이 필수다. 정부의 방향제시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투자 여력을 확보하도록 장치마련이 필요하다.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통신요금 인상을 통한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다. 기업용(B2B) 거래를 활성화하고, 망 무임승차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투자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2〉투자 유인 제도개선 필요
노키아는 2030년까지 일반 이용자 네트워크 트래픽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 데이터 트래픽이 2443~3109 엑사바이트(EB)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코, 에릭슨 등 민간 기업도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데이터트래픽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로 일치한다.
5G 데이터트래픽은 현재 1인당 월 30GB에 못미치는 선에서 정체기다. 하지만 AI 일상화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AI 반도체와 클라우드데이터센터에 대한 수백조원대 대규모 투자는 AI 데이터를 집적하고 생성하기 위함이다. 데이터를 이용자, 기업에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용량 증설과 네트워크 진화가 필수다.
하지만, 통신사가 투자 여력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용약관 신고제, 통신품질평가 등을 통해 통신사가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품질·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관리하고 이용자를 보호한다. 바꿔말하면, 통신사는 정부의 관리 속에 요금 인상 등을 통한 적극적인 이윤 창출이 쉽지 않은 구조다.
한국 통신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20~30% 수준이다. 30%중반대인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이 낮다. 국내 통신사는 투자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영업이익을 보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통신사의 투자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그동안 이용자에 초점을 맞춰온 통신정책을 B2B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핵심은 망 이용대가 공정화다. 구글은 한국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국내에서 사실상 통신사의 전용회선을 이용하면서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 구글검색 등 콘텐츠 경쟁력을 활용한 시장 지위가 통신사보다 우월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AI 일상화시대에는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넘어 데이터트래픽 폭증이 예상된다.
제도장치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망 이용대가 공정거래 원칙 확립, 분쟁중재기구 설치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그동안 글로벌 흐름과 사업자간 분쟁 결과를 보고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망이용대가 공정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마련이 요구된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AI시대를 뒷받침 하려면 더 빠른 통신망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며 “AI 시대에도 망 무임승차를 인정한다면 민간기업인 통신사는 망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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