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내 증시가 3% 넘게 폭락했다. 미국의 제조업황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증시에 다시 엄습했다. 아시아 증시 전반의 약세 속에 그간 상승세를 보였던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도 크게 내려앉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83.83포인트(3.15%) 하락한 2580.80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부터 2600선을 내주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속에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지난달 5일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보인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주가가 큰 폭으로 재차 내려앉았다.
지난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PMI가 시장 예상치(47.5)를 밑도는 47.2를 기록하면서 불거진 경기 둔화 우려가 아시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다우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도 3.09% 하락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엔비디아 등 반도체 중심의 성장 기대감이 꺼지면서 위축된 투자 심리는 증시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총 98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7308억원어치를 팔아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코스닥은 3.76% 하락한 731.75로 거래를 마쳤다.
여타 아시아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대만 가권 지수는 4.52%,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4.24%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9월 한 달 간 증시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조업황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ISM 서비스업PMI, 고용보고서 등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 발표가 속속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대선 불확실성도 변동성을 키우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우려와 미국 주식시장의 대형주 집중도 하락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수익률이 둔화했다”며 “문제 해결을 당장 기대하기보다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던 반도체주 중심으로 투매가 두드러졌다. 간밤 엔비디아(-9.5%), 브로드컴(-6.2%)의 하락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8.02% 하락하며 15만4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15만2900원) 대비 하락 폭을 좁혀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3.45% 하락해 7만원을 간신히 유지했다.
증권가의 반도체주에 대한 시각도 조정에 들어갔다. 이날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았던 인공지능(AI) 기대감과 소비자향 IT 수요 부진으로 단기 주가 반등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라면서도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기반 물량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아 판단해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SK하이닉스 8% 하락, 삼성전자 3.45% 하락해 간신히 7만원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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