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리 기판 핵심 소재인 '유리' 각축전이 시작됐다. 독일 쇼트가 실제 생산라인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한발 앞서 나갔고, 미국 코닝과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맹추격 중이다.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에 자사 유리를 공급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에프앤에스전자는 쇼트에 이어 코닝과 반도체 기판용 유리 성능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프앤에스전자는 기판에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인 '글래스관통전극(TGV)'을 뚫고 금속층을 형성하는 메탈라이징 공정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반도체 유리기판을 SKC 자회사 앱솔릭스 미국 공장에 납품한 바 있다.
출하된 제품은 쇼트 유리로 제조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유리기판 시제품을 위한 소규모 생산이지만 업계 최초 상용화 기판에 쇼트 유리가 적용돼 의미가 남다르다. 시장 주도권을 쥐는데 유리한 고지에 올랐서다.
다만 에프앤에스전자가 코닝과도 협력, 제품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는 만큼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코닝도 반도체 유리기판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국내 기판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 중이다. 코닝은 본사 차원에서 유리기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글라스도 반도체 유리기판 경쟁에 참전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일본 다이닛폰프린팅(DNP)과 독일 LPKF를 통해 TGV를 형성, 샘플을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샘플로 테스트하고 있는 제품은 쇼트·코닝·아사히글래스 등 3개사 제품이 대부분”이라며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하려고 치열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 중인만큼 유리 업체들의 고객 확보전은 보다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내년 반도체 유리기판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다. 파일럿 라인에서 좋은 유리 소재 성능을 평가 받을 경우 양산까지 해당 제품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패키징 업계 관계자는 “내년 삼성전기 파일럿 라인이 가동되면 반도체 유리기판에 가장 적합한 유리 제품 성능과 사양이 결정될 것”이라며 “여기에 선정된 유리 업체가 대량 생산까지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코닝이 삼성과의 관계과의 우호적 관계로 삼성전기 공급망 진입에 유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이노텍은 사업 준비 초기 단계로 여러 선택지를 두고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패를 가를 핵심 역량은 '제품 신뢰성'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유리기판은 공정 난도가 높아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게 쉽지 않다. 유리 깨짐과 미세 균열을 제어하는 것이 최대 과제인데, 이를 뒷받침할 유리 성능이 갖춰야한다. 특히 공정 시 가해지는 열과 압력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먼저 반도체 유리기판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으로 유리 제품을 고도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아직까지 완벽한 수준의 유리 제품을 찾기 어려운 만큼 업체 간 기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