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한·일 게임산업, 서로에게 배우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 한국경영사학회 편집위원장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 한국경영사학회 편집위원장

게임 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며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게임 산업을 발전시켜 오며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일본의 콘솔 게임 중심 문화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중심 산업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어떤 차이가 어떻게 있었고, 각 나라의 게임 산업 발전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1970년대 전자공업 기술을 기초로 미국에서 최초의 비디오 게임 퐁(Pong)이 출시됐다. 퐁의 큰 상업적 성공 이후 그래픽, 사운드, 재미를 강화한 아케이드, 콘솔 게임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1980년대 일본에서도 유사한 게임들이 출시됐다. 닌텐도는 화투를 만들던 카드 게임회사에서 시작해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를 개발하며 세계적인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가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메가드라이브 등 콘솔 게임기를 통해 닌텐도와 경쟁했다. 가전업체인 소니 역시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게임산업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부터 였다. 넥슨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용자들이 동시에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를 서비스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등 고품질 그래픽 대형 다중사용자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을 출시하며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유료화에 성공했다. 한게임은 고스톱 등 웹보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웹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의 시너지를 내며 급성장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와 문화적 교류를 통해 게임 산업에서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초기 일본 게임들이 미국 게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디자인된 것처럼 우리나라 초기 온라인 게임 디자인 역시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슈퍼마리오 카트, 캡콤의 브레스 오브 파이어, 귀무자 등 일본 게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양국 비즈니스 모델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본 게임 이용자는 혼자 콘솔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에 비해 한국 이용자는 온라인 게임을 다른 이용자와 함께 경쟁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일본은 패키지 게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해왔지만 한국은 온라인 게임의 성장과 함께 부가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왔다. 일본의 뽑기기계(가챠머신) 문화에서 유래한 확률형 아이템이 양국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상하며 한일 게임 산업의 상호 영향력을 보여줬다.

일본 게임산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급성장 중인 한국 게임산업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게임회사는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성공 사례를 분석해 게임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캡콤은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 깊이 있는 육성 시스템과 함께 간편한 조작으로 모바일 이용자를 공략하고 있다. 또 일본 주요게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시즌 패스, 배틀 패스 등 다양한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콘솔 게임 중심 문화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중심 문화는 각기 다른 강점과 특징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양국은 게임 개발 기술, 스토리텔링,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발전해 왔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가진 대규모 다중접속, 지속적인 업데이트,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스템은 일본 게임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국의 상호 작용은 아시아 게임 시장 전체 특히 중국에 큰 영향을 미쳐 모바일 게임, e스포츠 등 성장을 가속화했다.

아쉽게도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게임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역사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게임산업의 역사를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미래 게임산업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자들이 게임 산업의 역사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 게임 산업의 발전 과정을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사학회 편집위원장 smjeon@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