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 조회 기준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는 물론 법사위 등 주요 상임위 의원들이 화력을 모으고 있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과 김승원 의원, 박균택 의원은 법원 영장을 받아야만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현행법은 수사기관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이용자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통신사업자는 그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 조회는 가능하다.
앞서 야당은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국회의원 및 언론인 등 약 3000명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수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신이용자정보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법원 허가없이 수사기관이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다. 이에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정보를 조회하려면 영장을 발급받도록 하고 통지 유예 기간도 단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개인정보보호 관점에서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영장주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한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국회 과방위 전문위원실에 제출한 의견에서 “지난 국회에서도 법무부, 법제처,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이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의자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 검토 의견을 제기했다”면서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임의수사에 해당해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유사입법 사례가 없다는 것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이유다. 실제 영국·독일·프랑스·일본도 영장이 필요 없고 미국은 자료제출 명령으로 요청이 가능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도를 집행하는 관계부처 의견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국회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중립적 입장으로 추가적 논의를 통해 결정이 되면 그에 따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통신조회 건수는 감소세다.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2018년 614만1107건에서 지난해 463만1310건까지 24.5% 줄었다. 같은 기간 전기통신사업자가 검찰에 제공한 통신자료도 197만1811건에서 147만9392건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
이통사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자칫 비판의 화살이 정보를 제공한 회사에게 쏠릴 수 있어서다. 최근 통신조회 당사자 중 한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T 관계자는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적법한 행위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소장을 송달받는 대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