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살해한 갱단원, 용의선상 오르고도 학교 다녔다”…美 엄마의 절규

지난 2022년 7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10대 소녀 카일라 해밀턴을 살해한 갱단 MS-13의 조직원 월터 마르티네즈. 사진=Harford County States Attorney
지난 2022년 7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10대 소녀 카일라 해밀턴을 살해한 갱단 MS-13의 조직원 월터 마르티네즈. 사진=Harford County States Attorney

미국에서 살인 혐의를 받은 10대 용의자가 아무 문제없이 고등학교까지 진학하고 6개월 간 재학한 사실이 밝혀져 지역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에 나섰다.

10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계열사 WBFF 폭스45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여성 태미 노블스는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겪었다”고 입을 열었다.

노블스는 지난 2022년 7월 27일, 딸 카일라 해밀턴을 잃었다. 그는 “딸은 목과 입에 끈을 감은 채 발견됐다. 그리고 쓰레기처럼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고 당시를 전했다.

범인은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엘살바도르 출신의 월터 마르티네즈(16). 엘살바도르 중심으로 구성돼 중앙 아메리카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폭력조직 'MS-13'의 10대 조직원이었다.

경찰은 해밀턴이 사망한 이튿날, 주요 용의자로 마르티네즈를 지목했다. 범죄 현장에 인근에서 폐쇄회로(CC)TV와 음성 녹음 파일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기소 문서에 따르면 체포 당시 경찰은 마르티네즈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으며, 구금 후 조사까지 벌였다.

문제는 그 다음 벌어졌다. 경찰은 조사까지 벌인 마르티네즈가 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고, 유가족과 지역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것이다. DNA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마르티네즈는 2022년 7월 살인을 벌이고 그 해 가을 소년원에 수감됐지만, 이듬해 1월 DNA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근에 있는 에지우드 고등학교를 다녔다.

피해자 어머니 노블스는 폭스45와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정말 '미친' 이야기. 이건 실화다.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이라며 “경찰은 다른 사람들의 자녀와 함께 이 괴물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가 카일라에게 한 짓을 보라”고 울분을 토했다.

메릴랜드주법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정식 기소되지 않은 용의자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당국이 학교에 이를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노블스는 “누군가는 알렸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티네즈가 학교에 재학하던 당시 재학생은 1400명에 달한다. 재학생과 가족은 물론 학교 측 역시 그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역 학교 공동체 HCPS는 “우리는 그가 다른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위험이 된다는 정보를 알 수 없다”면서 법 집행 기관으로부터 갱단과 연루된 내용에 접근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마르티네즈는 2023년 1월 DNA 결과가 나오면서 경찰에 정식으로 체포됐다. 그는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고, 지난달 징역 70년을 선고받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