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가 항문을 통해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연구, 비둘기에게 유도 미사일을 조종하는 법을 가르친 2차 세계대전 프로젝트 등 올해도 독특한 여러 연구들이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시상식을 열고 화학, 문학, 기계공학 등 10개 분야에 걸쳐 수상자를 발표했다.
'짝퉁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상으로 '먼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이후 생각하게 만드는 업적'을 세운 과학적 발견에 주어진다.
'생리학상'은 일본 · 미국 공동 연구팀이 밝혀낸 포유류의 항문 호흡이 수상했다. 연구팀은 생쥐와 돼지 등 표유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직장으로 유입된 산소가 혈류를 통해 흡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자가 호흡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꾸라지 등 일부 동물이 장을 이용해 숨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 방법으로 호흡 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임상에서 시작됐다.
신시내티 어린이 병원 의료 센터에서 근무하는 연구 저자 타카노리 타케베 박사는 수상 소식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면서도 “사람들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만든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흐뭇하다. 직장 호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살아있는 비둘기를 미사일 내부에 넣어 목표물까지 안내하도록 하는 실험을 한 미국 심리학자 고(故) B.F. 스키너에게 수여됐다. 1944년 중단된 프로젝트이지만 스키너 박사는 이 실험을 일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학상'은 실제 식물이 조화를 모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에게 돌아갔다. 독일 본 대학의 펠리페 야마시타가 이끈 연구팀은 온대림 고유종인 '보킬라'(Boquila)를 플라스틱 조형 식물과 함께 놓아두자 살아있는 식물이 조형 식물을 모방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화학상'은 혼합물을 분리하는 실험 기법 '크로마토그래피'로 술에 취한 지렁이와 그렇지 않은 지렁이를 분류한 네덜란드·프랑스 연구팀에, '인구통계학상'은 출생증명서가 없거나, 출생·사망 통계가 잘 관리되지 않는 지역에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 영국 연구팀에, '통계학상'은 동전을 35만757번 던져 동전 던지기가 50:50 확률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 네덜란드 연구팀이 수상했다.
또한 '생물학상'은 소가 겁을 먹으면 우유를 더 적게 생산한다는 점을 확인한 미국 연구팀이, '물리학상'은 죽은 송어도 살아있는 송어만큼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을 연구한 미국 제임스 리아오박사팀이, '의학상'은 고통스러운 부작용이 있는 위약이 부작용이 없는 위약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국제 연구팀이, '해부학상'은 남반구와 북반구 사람 간 모발 컬의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프랑스·칠레 연구팀이 받게 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