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확장에 나선다. AI 기술을 기존 통신 인프라와 결합해 AI 챗봇과 고객센터 솔루션 등을 내놓고 있다. AI 사업 뿐 아니라 자사 사업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해 업무 향상도 꾀하고 있다.
◇ 생활 속에 파고든 AI...생활밀착 '에이전트'
이동통신 분야 대표 AI 서비스로는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A.)이 꼽힌다. 2022년 베타 서비스로 첫 선을 보인 에이닷은 작년 정식 버전과 올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거쳤다. 누적 가입자 340만명을 보유했다.
특히 작년 10월 애플 아이폰에 도입한 AI 통화 요약·녹음 기능 '에이닷 전화'는 국내 아이폰 사용자 일상을 바꿨다는 평가다. 서비스 출시 당일 가입자 10여만명, 보름 만에 가입자 40여만명을 확보하는 등 아이폰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에이닷 전화는 통화 전체 주제에 해당하는 한 줄 요약과 통화 문단별 상세 요약, 통화 중 언급 일정,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 패턴에 대한 'AI 제안' 등이 생성되는게 특징이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AI 스팸 표시 기능', '비즈연락처 기능' 등 AI 기능도 대거 탑재됐다. 올 하반기부터 멀티 LLM 에이전트를 통해 퍼플렉시티, 챗 GPT, 클로드A.X 등 사용자 목적에 따라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에이닷 AI 기능을 높인다는 취지다.
LG유플러스는 올해 4분기 에이닷과 유사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준비 중이다. 자체 AI 기술 '익시(ixi)'를 기반으로 아이폰 이용자에게 통화 녹음 및 요약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비스명은 '익시오(ixi O)'다. 익시오는 통화녹음·요약 기능 외에도 스팸·보이스피싱 필터링 기능도 탑재될 전망이다. 자사 고객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만족도를 끌어올리는게 목표다.
◇ 비용 통제에 효율성 극대화...고객사에도 AI 이식
KT는 AICC(인공지능 콘택트 센터)솔루션에 클라우드를 접목한 서비스형 AICC 상품 'KT 에이센(A'cen)'을 운영 중이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AI 보이스봇 '지니'와 회사 LLM '믿음'이 활용된 AI 상담 어시스트 기능, 보이스봇, 챗봇 상담 앱을 한데 묶었다. 시스템을 별도 구축할 필요 없이 간단한 설치를 통해 일반 고객센터를 AICC로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회사에 따르면 KT 에이센은 금융, 보험, 카드, 커머스 분야 업종에 강점을 지녔다. 도입 시에 업무생산성을 15%가량 높이고, 운영비용 15%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구축비용은 30%가량 낮출 수 있다.
실제 KT 에이센을 도입한 보일러 제조사 A사는 고객 콜에 대한 상담 처리율이 1.5배 상승(45%→69%), 포기콜은 71.7%(1만4000건→4000건) 감소 효과를 봤다. 상담 대기시간도 단축돼 고객 포기콜 수가 크게 줄었고, 간결하고 빠른 업무처리로 상담 처리율은 증가했다.
LG유플러스 소상공인(SOHO) 대상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은 소상공인 매장 운영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기획된 상품이다.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이 직접 요식업 사업을 운영하면서 파악한 요식업 인사이트를 AI와 결합했다. LG유플러스는 약 1만여건의 데이터를 활용해 100여개 이상의 인사이트를 도출, 솔루션 개선 및 영업 과정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은 AI 기술 자체보다, AI를 활용한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기존 통신 고객 데이터 기반과 회사 인프라를 활용한 AI 기반 서비스를 통해 매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덕에 '칼퇴근'···구성원 업무도 돕는다
이동통신사의 AI는 본업인 통신 사업에도 녹여졌다. SK텔레콤은 최근 사내 전산 시스템을 '텔코LLM'(통신 전용 초거대 언어모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통신 특화 LLM을 활용해 고객 사용패턴에 맞는 요금제 추천이나 특정 고객을 위한 맞춤형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KT는 지난해부터 임직원 전용 AI 포털 'GEN. AIDU(젠에이아이두)'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포털을 통해 오픈 AI, 구글, 바드, 믿음 등의 LLM을 사용해 업무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생성형 AI API를 활용해 사내 시스템 연계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법 관련 문서, 사업 문서 등 방대한 내용을 한눈에 축약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임직원 호응을 얻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ixi-GEN)' 기반 챗 에이전트 플랫폼을 공식 운영한다. 이를 통해 모바일, AICC, IPTV 내 접수되는 고객문의를 AI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익시젠 기반 구성원 업무 지원을 하는 챗 에이전트도 준비 중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업무 난이도가 많이 내려가는 것을 체감한다”면서 “업무 효율화를 통한 업무 시간 단축도 기대되고 있다”고 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