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만찬을 앞둔 가운데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제안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정국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 독대 가능성은 남겨뒀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다. 7·23 전당대회 축하 만찬 후 두 달여 만에 열리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한 대표가 요청한 대통령과의 독대가 성사될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다수가 참여하는 만찬의 경우 현안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 보다는 단합을 위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현 시점에서 각종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려면 독대가 필요하다는 게 한 대표측의 인식이다.
다만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는 이 같은 요청을 한 시기와 알려진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통상적으로 지도부가 대통령과 독대를 했더라도 언론에 잘 알리지 않을 뿐 아니라, 만나기 전에 이러한 요청 보도가 난 것은 다른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데 대해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따로 만나지 않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독대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 불발로 인해 갈등설이 불거지는 것을 의식한 듯 독대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꼭 내일 해야만 독대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독대와 관련해 추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만찬을 통해 여당 지도부와 체코 공식 방문과 외교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조치를 공유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자칫 독대 이슈로 이같은 외교적 성과와 노력이 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도 대통령실의 독대 요청 거부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다시 요청했다. 그는 “내일이 어려우면 조만간 다시 꼭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 갖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향후 윤 대통령과 독대가 성사된다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윤 대통령의 전환적 태도 변화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증원 조정'을 협의체 의제로 삼아 의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수시 모집이 마감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원 재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풀어야할 과제이다. 관련 법안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국회에서 재표결을 통해 자동 폐기되는 수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야당이 김여사를 향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계획인 만큼, 여당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 또한 한 대표가 당의 지지율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인 셈이다.
최창렬 정치 평론가(용인대 교수)는 “앞서 윤 대통령은 한동훈 지도부와 만찬을 한 차례 연기했고, 이후 친한계를 배제한 당 중진의원들과 만찬을 따로 열었다는 점에서 이미 보여준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며 “이번 만찬에서 독대 여부를 떠나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특볍법 등과 관련해 같은 지향성을 발견해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