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허락받지 못한 죽음…스위스 '안락사 캡슐' 첫 가동에 경찰 수사

안락사 캡슐 '사르코'. 사진=라스트리조트
안락사 캡슐 '사르코'. 사진=라스트리조트

사용자를 단 5분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캡슐'이 스위스에서 첫 가동된 가운데, 당국이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수사에 나섰다.

24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샤프하우젠주(州) 경찰은 전날 메리스하우젠 숲 속 오두막에서 사망을 돕는 캡슐 기기 '사르코'(Sarco)가 사용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관련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안락사 단체 라스트 리조트가 개발한 안락사 캡슐 '사르코'는 버튼만 누르면 캡슐 내부에 질소를 주입해 산소 농도를 낮춰 사용자를 빠르게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장치다. 캡슐 내부로 들어간 사용자가 안내 음성에 따라 버튼을 누르면 산소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5분 안에 숨을 거두게 된다.

스위스는 조력사망이 허용국이지만,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의료적인 감독 하에서 이뤄지는 경우에만 합법으로 인정한다.

사르코는 의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합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스위스 연방정부가 사르코 사용·판매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안전 관련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질소 사용을 규정한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정식으로 사용이 승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23일 첫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사르코 후원그룹 엑시트 인터내셔널 측에 따르면 첫 사용자는 미국 중서부 출신의 64세 여성으로 심각한 면역력 손상으로 고통받던 중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 있던 신문사 사진기자를 포함해 '여러 명'에 대해 법에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선동한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