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이미지 합성 기술을 이용한 성 착취물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육아휴직·출산휴가를 확대하는 '모성보호 3법' 등이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여야가 민생 법안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만큼 비쟁점법안 처리에는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산업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반도체특별법과 AI기본법 등은 이번 정기국회내 통과 가능성은 낮아졌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 70여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전날인 25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계류된 민생법안을 여야 합의로 대거 의결했다.
여야 합의로 숙려기간을 생략하고 신속 추진된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AI 성 착취물의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상 성 착취물을 이용한 협박은 1년 이상, 강요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지만, 개정안은 각각 징역 3년 이상, 5년 이상으로 처벌 기준을 높였다. 이 밖에 국가 책무에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과 '피해자 일상회복 지원 의무'를 못 박고, 삭제 지원 주체에 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해 세밀한 관리가 가능토록 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육아휴직과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늘리는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이 외에도, 바이오분야 집중육성과 지원을 위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 경남 서부권을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로 만들기 위한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 등도 처리됐다.
다만 산업계가 법안 통과를 기대하는 반도체특별법과 AI기본법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정기국회내 처리가 불투명해 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직접 보조금 등을 통해 패권 경쟁을 심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군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야 정쟁에 밀려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고동진 의원과 박수영·송석준 의원이 따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하나로 묶어 당론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기업 직접 지원 여부 등을 놓고 야당과의 협의가 남아 있어 10월 본회의 처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AI기본법 역시 여야에서 10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산업진흥과 규제에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상충 법안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면서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여야는 26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재표결에도 나선다. 표결하더라도 부결-폐기 수순이 유력하다. 게다가 지난 19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또 다른 쟁점 법안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도 줄이어 대기 중으로 다시 '쳇바퀴 정쟁 정국'이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표결 이슈과 함께 10월 국정감사 기간에도 여야 쟁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특별법, AI기본법 등의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