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학자들이 구글·유튜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종속을 타개하기 위한 규제 합리화 등 법안을 직접 만들어 규제개혁을 실현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쳤다. 방송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과도한 갈등으로 미디어 규제 개혁이 지난 10년 동안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자 학자들이 나서 위기 해법을 제시했다.
29일 미디어 학계에 따르면,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국내 미디어 시장의 해외 종속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며 이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화되고 있다고 학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실현,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잠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에 의해 급격히 인상된 국내 콘텐츠 제작비용은 국내 방송사와 국내 OTT 사업자의 영업손실을 키웠다”며 “글로벌 OTT에 의해 방송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콘텐츠 제작 비용은 크게 인상돼 방송·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한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콘텐츠가 세계에 확산됐지만 넷플릭스와 극소수의 유명배우에게만 돈이 되고, 나머지는 인상된 제작비로 인해 힘겨운 생존 싸움에 놓여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국내 미디어 해외 종속이 심각해지지만, 규제 역차별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의 방송콘텐츠는 60초 중간광고로 제한받는 동안, 유튜브·넷플릭스는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끼워넣기 광고가 허용된다. 지상파·유료방송은 흡연장면도 모자이크처리해야 하지만, 유튜브는 가짜뉴스, 딥페이크 영상을 유통해도 자체제재를 가할 뿐, 정부가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인한 정치적 확증편향 확산, 인터넷중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도 해결할 수단이 없다. 국내 통신사 인프라를 이용하며 망 이용대가도 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6차례나 방송 미디어 산업 육성과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해 왔지만, 법률로서 제대로 개선된 것은 없었다. 지상파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야 정쟁으로, 미디어 규제 개선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방송사업자의 규제 수준을 OTT 사업자 수준으로 완화하고, 글로벌 OTT에 대해서는 그들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도 함께 가져가는 새로운 룰 세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디어3학회는 심각한 위기 의식 속에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국내방송미디어산업 위기 원인과 극복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규제 개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미디어 공정거래와 인터넷중독 콘텐츠 등에 대한 제재 수단을 담은 한국판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안할 예정이다. 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직접 정부와 국회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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