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한 지상파 방송에서 '대한민국 스타트업, 로봇시대를 열다' 제목의 다큐멘터리 2편을 방영했다. 제조, 식음료(F&B), 유통·배송 등 산업에서 무인자동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술을 뽐내는 한국 로봇 스타트업과 성장 밑거름이 되는 모태펀드 역할을 조명했다.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제작을 지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방송 시청을 독려하기 위해 치킨과 커피 교환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대중에겐 생소한 모태펀드를 알리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할 수는 있다. 다만 전문적인 연구에 기반한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가 재원을 출자하는 '펀드 중의 펀드(Funds of Funds)'로서 벤처투자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초 대표 직속 조직이던 벤처금융연구소를 펀드운용본부 산하 조사분석팀으로 격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기마다 모태 출자펀드 결성·투자·회수 동향과 해외 벤처캐피털(VC) 동향 등을 다룬 시장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올해는 중단됐다. 조직 축소 여파가 그대로 드러났다.
현행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모태펀드 존속기한은 2035년까지다. 펀드 하나당 8~10년간 운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존속기한 연장 또는 영구화 절차가 시급하다. 일각에서 모태펀드 역할 재정립 목소리가 나오자, 중기부는 뒤늦게 그간의 운용 성과 분석 연구에 들어갔다.
모태펀드 운용기관 내부 연구 조직은 축소한 채, 외부에 홍보 다큐멘터리 제작과 성과 분석을 맡기는 모양새는 어딘지 어색하다.
업계는 1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벤처투자 대표 공백을 원인으로 꼽는다. 직무대행인 부대표는 영화계 출신 인사로 벤처업계 경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항상 받고 있다. 하루빨리 글로벌 벤처금융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에 걸맞은 인사가 취임해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