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유럽 잃어버린 10년의 교훈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경쟁력 미래 보고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경쟁력 미래 보고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잃어버린 10년을 반성하자는 목소리가 유럽연합(EU) 경제계를 흔들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작성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가 나온 직후부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미국과 EU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17% 수준으로 미국이 많았지만, 2023년에는 경제규모 격차가 50% 보다 더 크게 미국이 앞질러 나간다. 드라기 전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소득격차 핵심 원인으로 생산성을 지목했다. EU가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간 8000억유로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GDP는 같은 기간인 2002년 6000억달러 규모에서 2023년 1조7000억달러로 성장했다. 첨단 통신인프라를 통해 ICT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산업과 혁신과 도전을 지속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이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된다. 미국과 EU, 중국은 국가와 경제 체계를 AI 중심으로 맞추기 위한 노력, 'AI 전환'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 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AI 활용을 위한 서비스는 데이터 규제에 막혀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상하이를 달린다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가 요원하다. AI에 대한 정책집행과 투자 근거, AI 안전연구소 설립등을 골자로 한 AI 기본법도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안정적 제도 기반이다. AI 정부와 국회가 뒤늦은 반성을 하기 전에, 현실을 돌아봤으면 한다. 재정이 부족해 투자가 어렵더라도, AI가 진화할 수 있도록 우선 규제개혁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