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공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여겨지는 노벨 문학상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이 밝힌 선정 기준에 따라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이 수상한다.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차례 수여됐으며, 상을 받은 사람은 121명이다. 한강은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 수상자 대부분이 미국, 유럽 국적자였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최연소 수상자는 '정글북'을 쓴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으로 1907년 41세의 나이로 수상했으며, 최고령 수상자는 2007년 87세의 나이로 상을 받은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7일에는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8일에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9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수상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한강은 1970년 11월 27일 광주에서 아버지 한승원 씨와 어머니 임강오 씨 사이에서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 한 씨는 1966년 단편소설 '목선'으로 등단한 소설가로 '김동리문학상'과 '이상문학상', '순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강 역시 아버지에 이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한강은 1993년 11월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을 발표했다. 이듬해 11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 '채식주의자'으로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로는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 문학상',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올해에는 삼성그룹 삼성문화재단의 '2024 삼성호암상'에서 예술상 부문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