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출하된 전기차 배터리 유형별 공급량을 보면 각형은 추락하고 파우치형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17년 상반기 배터리 출하량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 일부다. 실제 당시 파우치형 배터리 점유율은 6.3%p 증가한 반면, 각형 배터리 점유율은 11.8%p나 줄었다. 당시 각형 배터리에 올인한 삼성SDI의 전략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몇 년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각형 배터리 비중은 이후 계속 올라 지난해 70.9%까지 높아졌다. 구조적 안전성이 높은 각형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업체 선호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파우치형만 생산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급히 개발과 양산 준비에 나선 배경이다.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트렌드가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늘어났다. 국내 배터리사는 뒤늦게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양극재 업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배터리 시장에서는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이 대세였다. 국내 양극재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는 NCM 811, 구반반(9½½) 배터리를 최초 상용화하며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하이니켈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전기차 시장 침체로 완성차 업계가 원가 절감을 강조하면서 NCM 523, NCM 622 같은 미드니켈 배터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업에 있어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무쌍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변화 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만약에 대비하는 유비무환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 과감히 노선을 바꾸는 결정도 필요하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