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간 유지됐던 한국은행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로 방향을 틀면서 기업 투자 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2018년 대규모 투자 이후 줄곧 축소됐던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 설비투자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확대될 조짐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지난 11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일제히 두 번째 금리인하 시점을 점치기 시작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3개월 뒤 금리 전망에 '동결' 입장을 취했지만, 불확실한 성장 경로 속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내수에 대한 8월 전망의 변화는 없다고 언급했지만 ,당분간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평가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암시했다”면서 “기존 전망대로 두 번째 인하 시점을 내년 2월로 예상하며 3분기 한 차례 추가 인하로 내년말 2.75%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하기에 본격 돌입한 만큼 기업은 그간 미뤄왔던 설비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DI가 기준금리 인하 발표 하루 전 내놓은 '10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9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은 14.7%에서 62.1%로 대폭 증가했다. 8월 국제수지 상으로도 설비투자를 위한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모두 2개월 연속 증가세로 투자 확대에 따른 물량 확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 설비투자 확대도 긍정적이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2018년 이후 축소됐던 설비투자액이 증가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2018년 41조8000억원에 달했던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지난해까지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기업들은 관련 조사에서 올해 반도체 업종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12.8%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긴축 기조 아래서 쉽사리 투자규모를 키우기 어려웠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했지만 여전히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만큼 추가 인하 여력이 있어보인다”면서 “아무래도 기업들이 금리인하에 민감한 만큼 소비나 건축투자보다는 기업 설비투자가 가장 먼저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에서 첨단산업 분야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 설비투자를 자극할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애플, 구글, 퀄컴 등 주요 빅테크 업체들이 AI반도체 생산 주문을 늘리면서 TSMC는 대폭 설비 증설을 예고한 상황이다.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우리 반도체 기업도 설비투자는 물론 연구개발까지 다각도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환경은 개선된 상황”이라면서 “다음 달로 예고된 3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도 투자세액공제와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이 담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韓銀 통화정책기조 '완화' 선회
내년 초 추가 인하 가능성 전망
반도체 등 하반기 투자 확대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시급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미 기준금리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