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연구개발(R&D) 패러다임 대전환을 예고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새로운 반도체 수요에 대응, 비용효율보다 고부가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 투자비가 많이 들고, 판매 가격이 고가여도 세상에 없던 반도체를 만드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의 공격적 R&D 투자가 주목된다.
김현우 삼성전자 DS부문 CTO 기술기획팀장(부사장)은 16일 전자신문과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이 공동 주최한 '반도체 한계를 넘다'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R&D 패러다임 변화를 알렸다.
김 부사장은 “기존에는 적은 비용으로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는 것이 개발 방향이었지만 AI 시대에서는 성능과 전력효율이 보다 중요해졌다”며 “반도체 R&D 방향과 방법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는 검토할 수 없었던 전략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소재와 신장비 도입으로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가령 D램과 낸드 제품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고대역폭메모리(HBM)·고성능저전력반도체·첨단 패키징 등 AI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부가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가 반도체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검토해야 할 신기술 후보가 많아져 R&D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요구에 부응하면 누구도 가지지 못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기존과 달리 상당히 많은 엔지니어가 길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고 대규모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도 많은 R&D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 짓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가 변화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2030년까지 20조원이 투입되는 이 단지는 AI 시대에 대응한 삼성전자 R&D 신전략 기지로 준비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R&D 단지에서 첫 번째 거점이 다음 달 개소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운영 일정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협업형 R&D 생태계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소부장 및 공공 팹이 R&D를 각각 따로 준비해서는 안 된다”며 “이미 확보한 자원을 토대로 반도체 제조사와 함께 협력해야 할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 등 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찾았다. 콘퍼런스 2일차인 17일에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