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융합 시대'를 선언했다. 칩렛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연결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이종 결합 패키징이 향후 10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기일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7일 전자신문과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이 공동 주최 '반도체 한계를 넘다' 콘퍼런스에서 첨단 패키징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패키징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문 부사장은 “반도체 패키징이 용량(캐퍼시티)과 성능(퍼포먼스) 시대를 넘어 융합(컨버전스)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복합적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하나의 시스템에 넣어 가장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융합 시대의 패키징 역할”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패키지 안에는 하나의 반도체(다이)만 들어갔다. 반도체 용량을 키우기 위해 여러 반도체를 쌓기 시작했는데, 이 때는 용량 때문에 패키징이 달라졌다.
문 부사장은 “이후 반도체 칩 성능을 높이기 위해 플립칩과 실리콘관통전극(TSV)을 적용하는 등 성능 주도 패키징 시대를 넘어 최근에는 이종결합(HI)과 칩렛이라는 융합 패키징 시대가 도래했다”고 정의했다.
융합 패키징 기술로는 대표적으로 '칩렛'을 꼽았다. 칩렛은 서로 다른 반도체를 따로 제작해 연결하는 기술로, 회로 미세화를 대신해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인텔·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이 칩렛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칩렛 기술을 확보하는 곳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 부사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패키징 융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연결(인터커넥션) 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표준화하느냐에 따라 첨단 반도체 생태계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1위로 오르는데 일등공신을 한 TSV도 대표적인 연결 기술이다. 반도체에 수천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구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D램을 쌓은 후 신호를 주고 받는 통로 역할을 한다. 현재는 TSV 후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이라는 방식으로 D램을 접합하는데, 문 부사장은 이같은 기술도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본딩을 지목했다. D램끼리 연결할 때 솔더볼(마이크로 범프)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구리와 구리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문 부사장은 “HBM 16단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워낙 매력적인 기술이라 패키징 뿐 아니라 전공정(팹)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2E를 하이브리드 본딩을 구현, 좋은 성능 결과를 확보한 상태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반도체 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자신문과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 구성 단체인 대한전자공학회,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한국반도체연구조합 관계자들의 교류회도 진행됐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