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이 세계적으로 수요가 커지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하드웨어(HW)인 서버·스토리지 등 기술력을 앞세워 우리나라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국내 서버·스토리지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벤더들의 입지에 '메기 효과(시장 활성화)'를 불러올 지 주목된다.
20일 ICT 업계에 따르면 대만 서버·스토리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AIC가 우리나라에 영업 사무소를 개소했다.
AIC는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미국 등 북미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에 수출한다.
우리나라에 영업 사무소를 개소한 것은 서버·스토리지를 직판매, 한국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기존에는 총판사를 통해 서버·스토리지를 판매해왔다.
대만 서버·스토리지 제조 기업이 직판매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세계적인 대만 서버·스토리지 제조사들인 슈퍼마이크로, 애즈락랙 등의 경우 유통사를 통해 부품별로 우리나라에 수출한다.
국내에선 이같은 반제품을 수입하고 조립한 후에 완제품으로 생산한다. 이런 국내 업체는 19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니와이드와 명인이노 등이 대표적이다.
서버·스토리지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 서버 및 스토리지 OEM 및 ODC 업체가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이고,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서버·스토리지는 인공지능(AI) 발전과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 확대로 중요성이 커진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다.
AIC는 3세대 인텔 제온 확장 가능 프로세서와 듀얼 CPU, 8개 듀얼 슬롯 그래픽처리장치(GPU) 카드를 지원하는 4U 8GPU 서버와 고강용성 및 고용량 스토리지 시스템 등을 생산·공급한다. 자체 설계·검증 기술력을 확보했다.
주력 제품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수요자 요구에 따라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에도 공급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함께 반도체 강국이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견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 AI 핵심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가로 도약했다. 세계 1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가 대표 기업이다.
기술력을 앞세운 대만이 전도유망한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ICT 업계 관계자는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에 신규 벤더사가 진입하는 것인 만큼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만 기업이 단기에 국내에서 영향력을 높이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델, IBM, HPE 등 글로벌 벤더들이 이미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기술 안정성을 증명하고, 고객 서비스 인프라를 갖춘 이들 제품을 배제한 채 A사를 선택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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