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구제 강화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침해 인정 사례가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이엔피게임즈가 엔틱게임월드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정권고 조치 사실을 공표했다. 두 회사가 진행 중인 저작권 침해 관련 민·형사 소송과 별개로 중기부가 행정조사를 거쳐 내놓은 판단이다. 엔틱의 지식재산권(IP) 사용을 금지하는 시정권고를 30일간 이행하지 않자 기술침해 사실을 공개했다.
두 중소 게임사의 분쟁은 8년 전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관련 협력관계가 틀어진 것이 발단이다. 엔틱은 2015년 로봇 모바일 게임 '우주의 기사'를 출시했다. 반응 저조로 이듬해 초 서비스는 중단됐지만, 당시 중국 모회사를 두고 있던 이엔피에서 관심을 보였다. 두 회사는 우주의 기사를 원형으로 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고, 물밑으로는 이엔피의 엔틱 인수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중국 대주주 반대를 이유로 인수 추진은 중단됐다. 후속작도 시간만 흘렀다. 이엔피는 엔틱의 개발팀을 데리고 2018년 '메카스톰'을 출시했다. 엔틱은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 1심에는 이엔피에게 1500만원 배상과 함께 메카스톰의 선전·배포 금지, 삭제 판결을 내렸다. 이엔피가 항소하며 소송은 2심으로 넘어갔다.
엔틱이 올해 8월 중기부에도 기술침해 행위를 신고했다. 중기부는 진술·현장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엔틱의 손을 들어줬다.
중기부 관계자는 “두 회사의 송사와 별개로 중소기업 기술보호법에 따라 기술침해 여부를 직권 조사했다”면서 “기술침해 시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원칙대로 사실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이번 중기부의 기술침해 여부 판단에 따른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저작권 관련 게임사 간 법적 송사는 자주 있었지만, 행정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어서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등이 IP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소게임사 마상소프트는 2021년 넷마블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가 “증거가 없다”며 기각된 적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에 대한 법원 판단은 과거 엄격했지만 최근 저작권 인정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라면서 “여기에 중소기업 기술침해라는 판단 요소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주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구제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시정권고에 그친 제재 조치를 시정명령으로 상향하고, 불이행 시 형벌·금전적 제재 부과 등으로 처벌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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