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한국 반도체, 이제 고객을 볼 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고객 맞춤형으로 통용되는 이 단어가 반도체 업계 화두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해서다.

우리나라 반도체 중심은 메모리다. 세계 1·2위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산업 생태계가 메모리에 맞춰져있다. 메모리는 빠르게 표준 주도권을 쥐고 '물량전'을 나서는 게 핵심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생산량과 가격 변화가 이뤄져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는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뿐만 아니라 메모리도 그렇다. 엔비디아와 같은 AI 팹리스 뿐 아니라 서버·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요구하는 메모리가 제각각이다. 모두 전례 없던 시장에 뛰어들어 자기만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가져왔던 메모리적 사고, 산업 구조로는 커스터마이징 시대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만 하더라도 고객(AI 팹리스) 요구사항이 상이하다. 때로는 속도가, 때로는 발열이나 저전력이 최고 가치로 부각된다. 특히 고객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로직)가 탑재되는 차세대 HBM(HBM4)은 메모리에서 '커스터마이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고객 요구에 제대로 부응한 메모리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

메모리마저도 공급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요구하니, 반도체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고객과의 관계 변화가 요구된다. 우선 협업이 필수다.

신속히 고객 요구를 파악하고 기술로써 만족시켜야 해서다. 성능과 품질은 기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 가치를 실현할 승부수가 필요하다. 이제 고객이 반도체의 '표준'이 됐다. 한국 반도체가 고객을 다시 돌아볼 때다.

권동준
권동준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