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가 빌 게이츠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지원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중 하나인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게이츠의 기부금은 퓨처 포워드의 비영리 부서 '퓨처 포워드 USA 액션'에 전달됐다. 기부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단체 성격상 게이츠의 기부 사실은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동안 그는 민주당 측 지인들의 지속적인 기부 권유를 받았음에도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그는 2019년 “거액 정치 기부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 기부) 유혹을 느낄 때가 있고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큰 확성기를 쥐고 싶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올여름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 이후에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political influencer)'은 아니라고 밝혔다.
게이츠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투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어느 행정부와도 협력하는 재단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NYT에 따르면 게이츠는 해리스 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바이든·해리스 정부에서 해온 기후변화 업무를 높이 평가해왔다. 또 전 부인과 공동으로 세운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세계보건과 관련한 미 정부의 지원 감소를 우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게이츠의 정치 기부에는 두 자녀 로리와 피비 게이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리와 피비는 민주당에 기부해왔고, 부모들이 정치 기부를 더 진지하게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게이츠의 전 부인 멀린다는 해리스 지지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다.
게이츠는 NYT의 보도에 대한 답변에서 기부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전세계에서 의료 개선, 빈곤 감소, 기후 변화 퇴치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서 지도자들과 함께 일한 오랜 역사가 있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며 ”미국인들과 전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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