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업계는 중소 기획사에 꽤나 가혹한 곳이다. 대형 기획사에 비해 적은 프로모션과 낮은 인지도, 그 외 여러 불리한 여건 속에서 바늘구멍 같은 기회를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이른바 ‘중소의 기적’이다.
그리고 이 ‘중소의 기적’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음악이 뛰어나고, 둘째 차별화된 기획력을 지니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이 좋은 음악과 기획력을 훌륭히 소화할 실력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비웨이브(BEWAVE - 윤슬, 지언, 레나, 제나, 아인, 고운)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지난 10일 발매한 싱글 ‘Be your Wave(비 유어 웨이브)’의 타이틀곡 ‘너에게로 가는 길이 너무 어려워’가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사람들에게 퍼지고 있으며, 청춘의 한장면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일기장과 같은 콘셉트 역시 점점 공감을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인터뷰 내내 흘러 넘친 비웨이브 멤버들의 독특한 매력일 것이다.
새로운 ‘중소의 기적’을 노리고 있는 비웨이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단 먼저 궁금했던 부분은 음악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 너무 어려워’는 그 제목부터 사운드는 물론이고, 무대 콘셉트, 스타일링 심지어 재킷까지 일본 청춘 만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꺼내 보여 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에 윤슬은 “피지컬 음반을 정말로 일기장이나 책처럼 만들었다. ‘청춘’의 순간을 담은 앨범(사진첩)이다”라며 “또 뮤직비디오를 드라마 타이츠 형식으로 촬영했는데, 노래와 같이 듣다가 울컥했다는 분도 있었다. 많은 분이 생각하는 청춘의 한 때를 영상으로 보여주려 했다. 넘어지기도 하고 슬플 때도 있지만 결국은 서로가 있기에 웃을 수 있다는 걸 표현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나는 “서로의 결핍이나 아픔을 회복하고 치유하는 내용이다. 그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한 추억이라는 내용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팀 내 유일한 외국인이자 일본 출신인 레나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처음 들었을 때 오렌지렌지(ORANGE RANGE)나 아쿠아 타임즈(Aqua Timez) 같은 일본 밴드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이 노래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해 ‘너에게로 가는 길이 너무 어려워’에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비웨이브 멤버들은 이번 곡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잘 살리기 위해 다수의 하이틴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인은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 ‘하나와 앨리스’ 등등을 여러 애니메이션을 보라고 추천해 줬다. 리스트가 상당히 많았는데, 제목이 너무 긴 것도 있고,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뜻밖의 취향을 깨달은 멤버도 있었다. 비웨이브 멤버들은 일제히 “윤슬이 유독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더라. 감독님이 추천해 준 것을 다 보고 지금도 많이 찾아본다”라고 지목한 것이다.
이에 윤슬에게 ‘약간 오타쿠 기질이 있느냐?’라고 묻자 잠시 주저했지만, 이내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자주 보고 있다”라고 이를 인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멤버들은 ‘너에게로 가는 길이 너무 어려워’의 상승세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윤슬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라고 강조했고, 제나는 “음악방송을 갔을 때 우리 노래를 흥얼거리는 분을 봤다. 그리고 쇼츠에서도 인기도 많이 올라갔다. 이 곡을 준비할 때 ‘모두가 좋아할 만한 곡’이라고 확신했다. 열심히 준비하기도 했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욕심을 부려서 준비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비웨이브의 이런 자신감이 단순히 신인의 패기나 허세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독특한 캐릭터성에 있다.
실제 이날 인터뷰 동안 비웨이브 멤버들은 꾸밈없는 태도와 답변으로 여타 K팝 그룹들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일례로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윤슬은 “차돌 된장찌개와 계란말이를 잘한다. 아버지와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집에서 계속 요리를 해왔다. 또 친가가 전남 해남이라 남도 요리 손맛이 있다. 내가 데뷔했을 때 해남에 플랜카드는 안 걸었지만, 마을 사람들을 모아 잔치를 했다고 하더라”라고 줄줄이 사연을 늘어놓는가 하면, 멤버 중 유일하게 예고 출신이라는 고운은 “엔터과를 나와서 학교에서 현대무용, 연기 등을 배웠는데,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현장에서 쓰는 내용은 좀 다른 것 같다”라며 너무 솔직한 감상을 털어놔 오히려 멤버들이 ‘현대 무용을 배운 덕에 네 춤 선이 예쁜 거다’라고 격려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웨이브 멤버들은 이런 꾸밈없는 모습과 자신들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태도가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아인은 “우리 모습을 다 보여주려는 것이 비웨이만의 특징이다”라고 말했고 지언은 “힘들어서 우는 모습도 우리는 부끄럽지 않다. 다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음반 안에는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포토도 수록했다. 완전히 물에 흠뻑 젖은 모습들도 그대로 수록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그 자리에서 바로 음반의 속지를 살펴보니 정말로 물에 흠뻑 젖은 모습이나 촬영 중 힘들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멤버들이 직접 손 글씨로 적은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일본 출신인 레나보다 더한 악필로 시선을 사로잡은 멤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겠지만, 정말로 ‘있는 그대로 다 보여 주는 그룹’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이처럼 다들 밝고 자신감 넘치는 비웨이브지만, 사실 이들의 데뷔 과정은 상당히 험난했다.
윤슬은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출연한 후 타 그룹의 데뷔조로 선공개 싱글까지 발매했지만 정식 데뷔 직전, 팀이 무산되는 불운을 겪었다.
또 제나 역시 ‘방과후 설렘’의 출연을 비롯해 기획사를 다섯 곳이나 옮겨 다닌 끝에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레나와 아인, 지언도 타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제나는 “회사는 다섯 군데 정도 옮겨 다녔다. 데뷔가 무산된 경우도 많았고, 회사가 아예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원래 꿈이 가수였기에 놓을 수가 없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윤슬도 “나는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연습생을 시작했다. 한 번 데뷔했다가 무산이 됐다”라고 오랜 기다림 끝에 거머쥔 꿈임을 알렸다.
이중 지언의 경우는 조금 더 특이하다. 지언은 “원래 아이돌을 꿈꿨던 게 아니라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20살부터 시작을 했다. 원래 댄서를 하려고 댄스 학원에 다녔는데, 학원에서 오디션이 있었다. 그때 한 엔터사 직원분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데 왜 지원하지 않았냐?’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처음, 두 번째 회사가 무산되고, 네 번째까지 데뷔에 실패했고, 마지막이 여기였다. 남보다 늦은 출발이어서 오래 걸렸지만, 이렇게 좋은 멤버와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팀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듯 멤버 대부분이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데뷔의 꿈을 이룬 비웨이브인 만큼, 요즘 신인답지 않게 팀 내에 미성년자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비웨이브는 “장점만 있지만 단점은 없다”라고 확언을 했다.
제나는 “다 연습생을 오래 경험했고, 데뷔를 했던 사람도 있어서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잘 보일지, 어느 부분에서 각자 매력을 끄집어내면 좋을지 잘 피드백해 준다. 또 생활하는 규칙을 만드는 데에도 수월하고 능숙하게 하는 게 장점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연과 아인은 “피드백할 때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서 편하고 좋다. 단점은 딱히 느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라고 힘을 줘 말했다.
조금 늦은 출발이지만, 이들 역시 가장 화려한 청춘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여느 그룹과 마찬가지다.
비웨이브 멤버들은 “청춘은 ‘지금’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청춘은 지금 이 순간이다”라며 “지금 이 순간 청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청춘이라는 단어에는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감정을 여러 음악 장르로 표현해 다양하게 선보이려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청춘은 지금이지만, 또 다른 단어로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겁 없이 도전해서 우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물론 아티스트로서의 지향점이나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닌 당장의 성과와 소망도 따로 있었다.
윤슬은 “다양한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 연기를 조금 해 본 적 있어서 좀 더 깊게 들어가서 보고 배우고 싶다”고 했고, 제나는 “음악방송 MC를 하고 싶다. 시켜만 주면 다 좋다. 또 이번 활동에서 음원차트에 차트인 하는 게 목표다. 곡이 정말 좋은, 믿고 들을 수 있는 그룹으로 소문나고 싶다”라고 신을 냈다.
고운 역시 음악방송 MC 자리를 노리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 달랐다. “'음악중심' MC가 하고 싶다”라고 명확하게 프로그램을 지목한 고운은 “김민주, 설윤이 롤모델이라서 그렇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또 내가 스타일리시한 걸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모델도 하고 싶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이 외에도 신인상, 음원차트 차트인 한 달 유지, 음악방송 1위 등 줄줄이 희망 목표를 늘어놓은 비웨이브 멤버들은 “정말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으로 우리가 최고다. 하나도 빠짐없이 과정부터 보여 주는 게 우리 비웨이브의 색이라고 생각한다. 늘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테니, 팬 여러분도 꾸준히 관심을 두고 사랑해 주면 좋겠다”라고 당부를 덧붙였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중소 기획사의 신인 그룹이 성공의 문턱을 넘는 건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험난하다. 하지만 기적을 부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바로 비웨이브처럼 말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