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이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공개적으로 만난 건 처음이다. 이는 양 사가 협력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글로벌 1위 자동차 회사 토요타그룹과 3위 현대차그룹의 최고경영자가 공개적으로 회동한 만큼 수소차를 중심으로 미래차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의 협력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 구도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車 동맹'…“글로벌 수소차 시장 주도권 선점”
현대차와 토요타는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화 속도가 늦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차 대중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의 총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가 1위(4881대) 2위 토요타(3678대)다.
수소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지만, 전기차와 비교해 성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수소 충전소 등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 사가 기술력을 집약해 상품성을 극대화한 수소차 공급을 확대하고, 수소차 가격경쟁력 확보 및 충전인프라 개선을 통해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 'N 비전 74'를, 토요타는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액체 수소 엔진 GR 코롤라' 콘셉트를 공개한 것도 이같은 구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수소차가 전체 차량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실정이지만 양 사는 수소모빌리티에 각별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이달 가동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의 새공장 '메타플랜트' 관련 물류 업무에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이용하는 등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토요타는 독일 BMW와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인프라 공동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며 시장 확장 의지를 천명했다.
자동차에서 미래 사업 중 하나인 로봇 분야에서는 협력이 시작됐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토요타리서치연구소(TRI)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TRI의 거대행동모델(LBM)을 활용해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을 가속하는 게 파트너십의 목표다.
이족 보행을 비롯,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하며, 양손의 세밀한 조작도 가능한 아틀라스와 토요타의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시켜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양 사의 협력이 보다 넓은 범위에서 보다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글로벌 1위 자동차 그룹인 토요타와 3위 그룹인 현대차그룹 간 협업이 이뤄질 경우 다양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선 특히 큰 강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동맹' 주도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사와 잇따라 동맹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과, 새로운 시장 구도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 중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수소차, 첨단도심항공(AAM) 등은 협력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유럽에선 폭스바겐 계열사 스코다와의 수소 버스와 트램, 기관차 등 수소 모빌리티,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수소 등 포괄적 협력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GM과 협약을 통해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며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및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방안 등 적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와도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양 사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웨이모에 공급되는 아이오닉 5는 조지아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현대차는 안정적인 공급 운영을 통해 '웨이모 원' 서비스의 성장을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5월 지도 데이터 플랫폼인 오버추어 맵스 파운데이션에 가입했다. 오버추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과 유럽 지도 기업 톰톰 등이 설립한 프로젝트형 재단이다. 구글, 톰톰, 히어 등 세계 3대 지도 기업과 협력해 수출용 완성차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1월엔 미국 맵박스와 기술 제휴를 맺었다. 맵박스는 3차원(3D) 내비게이션 지도를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차·기아 주요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