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빔포밍 시스템과 전자파, 우리의 미래

김철영 충남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충청지부장
김철영 충남대학교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충청지부장

통신기술 발전으로 전자파와 빔포밍 시스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적 논란이 많았던 경상북도 성주의 사드 레이더와 한국의 기술력을 보여준 KFX21에 장착된 레이더는 모두 빔포밍 시스템이 적용된 사례다. 군(軍)처럼 특수한 영역에서 주로 사용됐던 빔포밍 기술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민간에서도 기지국 등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과 차세대 6G 이동통신 기술에서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파는 전자기장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무선 통신은 전자파를 기반으로 한다. 빔포밍은 여러 안테나를 이용해 전자파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전자파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해 원하는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킴으로써 신호를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 전자파를 전달하는 방식과 달리 다수의 안테나를 통해 전자파를 능동적으로 제어해 신호가 혼잡한 고밀도 지역이나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도 간섭을 줄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와 신뢰성을 향상시켜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원격의료 등 고속 데이터 통신이 필요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필수적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레이더 시스템에서 빔포밍 기술을 사용하면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켜 물체를 더욱 정확하게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이는 항공기, 선박, 자동차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술이다.

우리가 현재 상상하고 있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빔포밍 기술 발전이 필수 불가결하다. 동시에 여러 도전 과제도 존재한다. 빔포밍 시스템은 전력 소모가 크며 배열 안테나의 수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과 시스템 소형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재료와 반도체 소자, 회로 및 패키징 기술, 고효율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빔포밍 시스템의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재료, 소자, 회로, 시스템, 패키징, 알고리즘 등 많은 분야의 기술이 종합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공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이 배출돼야 한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세계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 얼바인, 샌디에이고 등에서 만난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의 연봉은 한국 엔지니어보다 2~3배 높았다. 필자가 15년 전 잠시 살았었던 때에 미국 기업과의 연봉 격차와 비교해 환율까지 감안하면 현재의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또한 근무환경과 복지 또한 우수해 한국의 인재 유출이 매년 증가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저출산과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인해 우수한 이공계 인력의 배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힘든 시기와 번영의 시기를 교차해왔던 5000년의 긴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처럼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빔포밍 기술처럼 한정된 우리의 역량을 필요한 곳에 능동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효율적 기술 발전과 인재 양성이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철영 충남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충청지부장 cykim@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