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증권가가 내년 증시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반기에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을 점치며 일제히 '상저하고'를 전망하고 있다. 이어지는 증시 부진 속에 그간 주도주로 올라서지 못했던 소외 업종에 대한 선별적 접근을 제안하는 분위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이달 들어 속속 내년도 전망을 담은 보고서와 함께 희망 주가 밴드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내년 코스피 밴드를 최저 2300에서 최고 2800까지 제시한데 이어 이날 흥국증권은 2400~2800을 전망했다.
SK증권은 연간 코스피 평균이 2700선 후반을 오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최저 2416, 최고점은 3206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증권은 2300~2800, 키움증권은 2400~3000, 교보증권 2300~3000, LS증권 2450~3000, 유진투자증권 2570~3000 등을 제시하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내년 최고점을 2800~3000 수준에서 높게는 3200 이상까지도 내다보며 제각기 다른 전망을 내고 있지만, 상반기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만큼은 일치한다. 미국과 한국 모두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완전히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종의 약세는 상저하고를 점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성장을 뒷받침했지만 이익 규모가 줄면서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기록적인 외국인 매도세 등 국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업황 전환이 예상되는 산업보다 공급망 재구축 과정에 적응할 수 있는 전기차나 배터리 등 수혜산업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도 “올해 연말에서 내년 연초부터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자 관련 문제의식과 작은 폭의 경기 둔화를 근거로 위험 회피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실제 경기가 돌아서는 방향성을 예상해 경기민감주 포지션을 점차 늘려갈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결국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상 코스피 영업이익은 내년 2분기 이후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하향 조정 중인 내년 반도체 영업이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국내 증시는 재차 힘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