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노광 장비로
1나노대 상용화 R&D 착수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인 '하이 뉴매리컬애퍼처(NA) 극자외선(EUV)'를 내년 초 도입한다. 하이 NA EUV는 2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데 필수 장비로, 네덜란드 ASML이 전 세계 유일 공급하고 있다. 삼성이 1㎚대 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본격 착수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ASML로부터 하이 NA EUV 장비를 공급 받기로 했다. 시점은 내년 초로, 삼성은 업계 최초의 하이 NA EUV 장비인 'EXE:5000'을 들일 계획이다. 반도체 장비는 통상 설치와 테스트에 상당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장비 가동은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 NA EUV는 현재 미세 공정에 활용되는 EUV 장비보다도 더 미세하게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CPU나 GPU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기존 EUV 장비가 5㎚ 이하 회로 구현에 쓰였다면 하이 NA EUV는 2㎚ 이하다. 더 미세한 회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집적도, 즉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빛을 조사하는 노광 횟수도 줄일 수 있어 반도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은 최근 ASML과의 연구에서 하이 NA EUV 장비 노광 한 번으로 로직과 메모리 반도체 초미세 회로 구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하이 NA EUV 장비를 들이는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IMEC과 협력하며 하이 NA EUV 장비를 통한 초미세 회로 공정 연구를 진행해왔다. 다만 IMEC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와 학계가 공동으로 만든 연구소 같은 곳이어서 장비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삼성이 내년 하이 NA EUV 장비를 들이면 자체적으로 장비를 갖추기 때문에 초미세 공정 연구개발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 삼성은 2027년 1.4㎚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밝힌 바 있는데, 이 하이 NA EUV 장비를 통해 1㎚대 공정 진입을 시도할 전망이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초미세 공정을 놓고 삼성전자, TSMC, 인텔이 겨루고 있다. 인텔은 2023년 12월 ASML의 하이 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받았다. 이후 올해 9월에는 TSMC가 도입했으며, 삼성전자는 세 번째다. 시점은 다소 늦지만 반도체는 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최종 양산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도입하는 하이 NA EUV 장비는 주로 연구용으로 활용하고, 별도의 양산 장비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