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최대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행정부 구성에 깊이 관여해 트럼프 참모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각) 워싱텅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이하 '도지') 장관으로 지명된 머스크가 경제 정책과 핵심 내각 자리를 두고 공개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머스크를 '퍼스트 버디'(First buddy)라고 칭하면서, 그의 깊은 관여가 “트럼프의 측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발단은 머스크의 재무장관 후보 공개 지지다. 그는 전날 엑스(X ·옛 트위터)에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사실상 공개 지지했다.
러트닉과 재무장고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에 대해선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 될 것.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깎아내렸다.
트럼프가 재무장관 지명을 두고 고민하는 와중에 머스크가 특정 후보 지명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자,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는 혼란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의 한 측근은 “머스크는 '공동 대통령'(co-president)처럼 행동하고 있고, 자신의 역할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서 NBC 뉴스, 폴리티코 등 여러 외신에서도 이 같은 불만이 전해진 바 있다. 내부자들은 머스크에 대해 “마러라고에 머물고, 핵심 내각 지명 회의에 끼어들고, 트럼프에 인사 결정에 대한 요청하지 않는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머물며, 트럼프 일가와도 끈끈한 관계를 과시해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갈라 연설에서 이 같은 불만에 대해 “그는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다. 이곳(마러라고)을 좋아한다. 그를 여기서 내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는 전날에도 트럼프와 동행을 이어갔다. 러트닉과 함께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했으며,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는 햄버거를 함께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