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사용료 징수액 절반만 전파 관련 사업에 썼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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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사 등 전파자원 사용자로부터 거둬들인 전파사용료 중 절반가량이 전파와 무관한 곳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회계로 편입되면서 특정세출로 편성할 수 없어서다. 과기정통부는 전파기업 육성을 위한 펀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지만 막대한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탓에 기획재정부와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 과기정통부와 중앙전파관리소,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파사용료 징수액은 1865억41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전파 핵심기술 개발, 관리·감시 등 전파 관련 사업에 쓰인 것은 912억원으로 48.8%에 그쳤다. 해당 예산은 일반회계로 편입된 전파사용료 중 일부로, 주로 전파 핵심기술 개발과 전파 관리·감시 활동, 행정지원 등에 쓰인다. 나머지 51.2%는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작년에도 정부는 전파사용료로 2445억8200만원을 거둬들였지만 실제 전파관리·진흥에 쓴 것은 54.9%인 1342억8600만원뿐이다. 2022년에는 2392억7700만원 중 1045억1200만원으로 43.6% 비중에 그쳤다. 징수액의 절반가량이 전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예산으로 전용된 셈이다.

전파사용료는 정부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주파수 자원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이용료다. 이동통신사(MNO)와 회선을 임대해 사용하는 알뜰폰(MVNO) 등이 대상이다. 이통 3사는 올 3분기까지 1606억원을 납부해 전파사용료의 85%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전파법에서는 전파사용료를 전파관리에 필요한 경비 충당과 전파분야 진흥을 위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파사업비로만 쓰이지 않는다. 2007년 일반회계로 편입되면서 국가의 일반적 세출에 충당되고 있다. 일반회계는 특별회계나 기금과 달리 용도가 특정돼 있지 않아 사용처 추적이 불가하다.

전파사용료 징수 목적과 용처가 불일치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과기정통부도 전파사용료 특수성에 부합한 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제4차 전파진흥기본계획을 통해 전파사용료를 재원으로 하는 'K-스펙트럼 펀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까지 전파기반 신산업 창출 및 중소기업 육성에 쓰인 예산은 50억원에 그친다. 이에 도심항공교통(UAM), 위성통신, 무선충전과 같은 유망분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간투자 활성화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재부는 세수 부족으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정부 전망 기준 29조6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별도 기금 조성시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이제 막 본격적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재원조성 방식, 지원대상 및 세부지원방안 등 정책연구과제를 통해 펀드 신설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전파사용료 징수액 사용처(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도별 전파사용료 징수액 사용처(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