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수요가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모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신차 등록 대수는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차량 가격 인상으로 구매 비용이 상승하면서 사회 초년생을 포함한 20·30대 구매 비중은 꾸준히 줄고 있다.
인구 감소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20·30대도 급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07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동의 방법이 다양해지며 자동차 소유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공유 모빌리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자동차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진입하며, 카셰어링 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세다.
카셰어링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대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의 누적 회원은 올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서비스 시작 13년 만으로,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3명 중 1명은 쏘카 회원인 셈이다.
쏘카는 2022년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냈고, 올 3분기에도 흑자를 실현하는 등 10년 이상 꾸준한 투자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성공했다. 3분기 카셰어링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 플랫폼 부문은 매출은 42.3% 늘었다.
신차 구매가 줄고 카셰어링과 같은 공유경제를 통해 합리적 소비가 확산되는 사회경제적 트렌드에도 쏘카의 뒤를 이을 만한 스타트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1톤 트럭은 현행법상 대여가 불가능하다. 짐이 적은 1인 가구라도 승용차에 싣지 못하는 크기의 화물이 있다면 반드시 기사가 있는 용달 업체를 이용해야만 한다.
차량을 빌려 원하는 곳에서 반납할 수 있어 수요가 높은 카셰어링 편도 반납 서비스도 수십 년 전 만들어진 규제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편도로 대여한 차량은 다른 장소에서 영업하지 못하는 법규 때문에 소비자는 별도 비용을 내야만 편도 반납을 할 수 있다.
주차장에 있는 내 차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P2P(개인간) 서비스 역시 불법이다. 대표적인 카헤일링 플랫폼인 우버나 그랩은 해외에 나갔을 때나 이용할 수 있다.
타다 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업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택시 시장을 독과점했다는 비판을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신사업은 커녕 호출 플랫폼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선 낡은 규제를 타파하지 못한다면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나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국내에선 아무도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리가 손을 놓은 사이 세계 각국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기반으로 로보택시, UAM 등 모빌리티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만 새로운 기업들이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할 때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