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올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년에는 정상화된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개발 속도가 늦어져 걱정이기도 합니다.”
최근 연구장비 관련 기업들 취재차 방문했을 때 경영진으로부터 들었던 공통된 이야기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으로 26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1년 전인 2023년 29조3000억원과 비교해 2조8000억원 줄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두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R&D 예산 삭감은 연구기관과 기업에 치명타였다.
특히 연구실에 필요한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의 경우 R&D 예산 삭감 직격탄을 맞아 올해 심각한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정부는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부작용과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 비판에 내년 예산으로 29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대규모 R&D 예산 삭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연구장비 기업들은 내년 예산 확대 소식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올해 위축된 기술개발 상황에 대해 아쉬움과 우려도 나타냈다. 올 한해 '버티기 모드'로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기술개발 투자 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도 충분치 못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장비 분야 글로벌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술 업그레이드가 늦어지거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있다며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분야이다 보니 그만큼 기술 자립도 속도도 늦어진다.
연구장비 분야는 R&D 기반이 되는 뿌리 기술로 불리기도 한다. 기초연구부터 원천기술 개발에 첫 출발인 셈이다. 해당 기업들은 새해 R&D 예산 확대 방침에 다시 희망 회로를 돌리며 성장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R&D 기반인 뿌리 기술이 예산 문제로 다시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들의 소망이 저 높은 산에 전달되길 희망한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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